文 대통령 ‘정시 확대’ 입장, 교육감도 한 목소리 비판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10.23 15:25

-한국교총·사교육세상 등 교육단체도 일제히 비판 성명

  • 시·도 교육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정시 비중 확대 발언이 학교현장을 혼란에 빠뜨리게 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주요 교육단체들 역시 교육에 대한 정치 개입 여지가 있고, 고교학점제 안착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3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대입제도개선연구단은 성명서를 내고 정시 비중 확대를 언급한 문 대통령과 일부 대학에 대해 정시 비중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는 교육부를 아울러 비판했다. 

    교육감협은 “수능위주의 정시 전형은 학교 교육과정의 파행을 부추기고 문제풀이 중심을 수업을 낳았다”며 “교육과정 정상 운영을 위한 현장의 노력이 성과를 내는 시점에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22일 국회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교육 공정성이 훼손돼 국민이 가슴 아파 하고 있다며 정시 비중을 확대하는 대입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일 아세안 3개국 순방에 앞서 대입제도 개편을 지시한 데 이은 두 번째 발언이다. 교육부는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대입제도 개편안 준비에 착수해 고위급 당정청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하며 내달께 개편안 발표를 앞뒀다.  

    교육부는 그간 정시 비중 확대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문 대통령 발언 뒤 입장문을 통해 서울 시내 일부 대학에 대한 정시 비중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교육감협은 문 대통령과 교육부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공정성 제고 방안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감협은 “학종과 학생부교과전형이 정착 단계에 접어들어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을 위한 교육현장의 노력이 성과를 나타내는 때”라며 “학생부와 입시 과정에 대한 공정성 제고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교육감협은 오는 11월초 학교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학교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하면서 대학이 공정하게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감협에 앞서 교육단체도 문 대통령의 발언과 교육부의 대처를 비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은 22일 입장문을 내고 문 대통령의 발언이 교육에 대한 정치 개입 여지가 있다며 교육법정주의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총은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한 대입제도 개편 논의가 대통령의 정시 확대 입장으로 또다시 급선회하는 것은 교육에 대한 정치 개입으로 비칠 수 있다”며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 예측가능성을 위해 교육법정주의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시를 확대하더라도 다양한 교육적 측면을 고려하고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교 교육의 정상화 ▲사교육 경감 등 학생·학부모 부담 완화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성 보장 ▲미래사회 대비 인재 육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교사와 학생·학부모의 의견을 담아 주무부처인 교육부가 주관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세상)은 정시 비중을 상향하면 고소득층만 수혜를 보고, 사교육 폭증이 우려된다며 반대했다. 고교학점제 안착에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교육세상은 23일 논평을 내고 “고소득층일수록 정시를 선호하고, 수능 점수가 높다는 사실은 통계나 논문으로 이미 증명됐다”며 “정부의 정시 확대 기조가 이번 대통령의 발언까지 이어지면서 사교육비가 요동칠 것으로 전망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문 대통령의 발언 직후 수능 관련 코스닥 상장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는 등 사교육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사교육세상은 이어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교과목 선택권과 개설권을 확대하는 게 고교학점제 안착의 열쇠인데 정시 비중 상향은 학생의 과목 선택권과 개설권을 박탈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이 원하는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입시 공정성이라는 미시적 문제 해결에만 머무를 게 아니라 특권 대물림 교육 문제를 중단할 큰 그림이 필요하다”며 “특권 대물림교육 지표 조사 법제화를 시작으로 출신학교 차별 금지법 제정, 대학 서열화 해소를 위한 공론화 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