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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와 ‘빚투’에 이어 이제는 ‘학투’다. 연예계에 학투 바람이 불고 있다. 학투는 유명인에게 당한 학교폭력(학폭) 경험을 폭로하는 캠페인. ‘Me Too’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자신이 당했던 성범죄를 고백하는 미투 운동에 빗대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덩달아 연예 기획사들과 배우, 가수 지망생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들도 인성교육을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 논란이 된 사건의 주인공은 데뷔 10년차 가수 효린이다. 지난 2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중학생 시절 효린이 3년간 자신을 괴롭혔다는 글이 올라왔다. 옷과 현금 등을 빼앗겼고 아파트 놀이터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피해자들의 증언도 잇따르자 ‘효린을 연예계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효린의 소속사 브리지는 “명예훼손으로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오늘(28일) 피해자와 만나 오해를 풀고 원만하게 화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3일 밴드 잔나비 멤버 유영현도 학폭 문제로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피해자는 커뮤니티 글을 통해 “나는 학창시절 다른 친구들보다 말이 어눌해 조롱을 당했다. 너는 내 반응이 웃기다며 비닐봉지를 얼굴에 씌우고 사물함에 장난을 쳐놓았다”며 유씨에게 당한 학폭을 상세하게 털어놨다. 또 “당신이 장난삼아 던진 돌이 한 사람의 학창시절과 인생에 엄청난 아픔을 주고 트라우마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폭로 다음 날 잔나비 측은 “유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밴드에서 자진 탈퇴해 자숙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달 초에는 Mnet의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 출연자 윤서빈에 대한 학폭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윤서빈은 첫 방송에서 훈훈한 외모와 남다른 가창력으로 주목받았으나 방송 직후 학폭을 일삼은 일진이었다는 폭로가 이어지며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에서 퇴출당하고 방송에서도 하차했다.
이들 사건으로 청소년기 연예인 지망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학폭 예방을 위해 자녀에게 인성교육을 더욱 확실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입을 모은다. 자칫하면 과거 문제로 열심히 쌓은 공든탑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결과를 낼 수 있어서다.
초등학교 6학년 아역배우 아들을 둔 김지은(44)씨는 “아이와 논란이 된 연예인의 뉴스를 함께 보면서 왜 이런 일이 문제가 되는지를 차근차근 알려준다”면서 “올바른 언어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국어 교육도 가정에서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초등학생 때는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유튜브에서 본 말을 따라 쓰다 친구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동작구에서 뮤지컬 지망생 아들을 키우는 박지은(가명·43)씨는 특히 자녀에게 올바른 SNS 이용법을 상세히 알려준다. 박씨는 “모바일 메신저나 문자처럼 누군가 화면을 캡처해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곳에서는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남의 욕을 절대로 해서는 안 되고 SNS도 가급적 쓰지 말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인성교육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여러 연예인이 부적절한 행실로 사회적 질타를 받으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소속 연습생들에게 인성교육을 해달라는 요청이 굉장히 많이 들어온다”며 “주로 공인으로서 지켜야 할 언어사용과 예절, 자기 관리 등에 초점을 맞춰 교육을 시키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잇따른 ‘학투’에…더욱 불붙은 연습생 인성교육
-유명인에게 당한 학폭 폭로 운동
-연예인 지망생 자녀 둔 부모, 인성교육 강화 움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