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들이 선생님과 자유롭게 대화하고 궁금한 게 있으면 서슴없이 질문하는 게 신기했어요. 몽골에선 사제 관계가 수직적이어서 수업이 엄격한 분위기 아래 진행되거든요. 이런 문화는 배우고 싶어요. 아이들과 가까워지면 수업 효율이 더 오를 것 같네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국제교류 교사단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한 알탄 치멕(Chuluunbaatar Altanchimeg, 42) 몽골 울란바타르 20번 학교 교사의 말이다.
전국 다문화가구 수는 38만6977개(2010년 통계청 발표 기준)에 이른다. 교과부는 ‘다문화’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올 4월부터 유네스코 아시아 태평양 국제이해 교육원과의 협력 아래 교사 교류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4월에서 6월까지 진행된 1차 프로그램에 이어 10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되는 2차 프로그램에 초청된 몽골 교사는 20명, 필리핀 교사는 30명이다.
김광희 유네스코 아태 교육원 국제교사교류팀 담당자는 교사 교류 대상 국가로 몽골과 필리핀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몽골과 필리핀 국적의 부모를 둔 다문화가정 학생 수가 가장 많아서”라고 밝혔다. -
◇"몽골 학교와 다른 지도법, 배울 점 많네요"
“몽골에선 초ㆍ중ㆍ고교를 막론하고 1학년 때 만난 담임 교사가 졸업할 때까지 함께 합니다. 한국 학교에선 담임 교사가 1년마다 바뀌더군요. 그 점이 가장 신기했어요.” 알탄 교사와 함께 서울 신용산초등학교에서 근무하게 된 히시게 자갈(Buyantsogt Khishigjargal, 23) 몽골 45번 학교 교사의 소감이다. 몽골에서 교사로 부임한 지 2년 만에 교환 교사로 오게 된 히시게 교사는 “교사 경험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몽골 교사를 대표하는 역할을 하게 돼 부담이 크지만 많은 걸 배우고 가겠다”고 말했다.
교단 경력이 오랜 알탄 교사는 벌써부터 그간 관찰한 한국 교사들의 지도법 분석에 나섰다. 그는 “1주일 정도 수업을 참관한 결과, 재밌는 점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한국 교사들은 수업 중 강조하는 내용이 꼭 있습니다. 자주 반복하면서 핵심을 짚어주는 강의법을 보며 학생들의 학습 효율이 크게 오르겠다고 생각했어요."
두 교사의 통역을 담당한 나잔(Nasan Gajal, 31)씨는 한국에 유학을 왔다가 남편을 만나 다문화 가정을 꾸린 주부다. 그는 교사 교류 프로그램에 대해 “한국 학생들에게도 좋은 교육이 되겠지만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엄마, 아빠의 나라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이런 일이라면 언제든 통역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
◇"한국 학생들, 어려도 총명하고 영어 유창해"
“학생들이 외국인 선생님을 어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서울 홍은초등학교에서 역시 교환 교사 자격으로 근무 중인 톨렌티노(Arturo Aquilato Tolentino, 34) 필리핀 칼룬칸(Calooncan) 과학고 교사의 말이다. 톨렌티노씨와 함께 근무하게 된 마리(Mari Angeli F.Adriano, 28) 필리핀 그레고리아 드 지저스(Gregoria de Jesus) 초등학교 교사도 곁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한국 학생들이 매우 똑똑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어린 나이에도 총명하고 영어도 잘하더군요.”
글로벌 문화와 영어 교육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김석중 서울 홍은초등학교장은 “이번에 온 필리핀 교환 교사들과 함께할 수 있는 수업을 다방면으로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지리 시간에 교사들이 영어로 필리핀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것도 가능하겠죠. 이 밖에도 다문화 교육과 영어 교육이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에 대해 깊이 연구해볼 생각입니다."
1주일간 한국 초등학교 수업을 참관한 마리 교사는 가장 인상 깊었던 풍경으로 ‘짧은 수업 시간’을 꼽았다. “필리핀의 수업 시간은 과목 당 약 90분입니다. 처음에 한국 시간표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아니, 저렇게 짧은 시간에 뭘 배울 수 있지?’ 하고요. 지금은 수업 시간이 길지 않은 덕분에 학생들이 피로를 느끼지 않고 수업에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필리핀 교사단 대표로 임명된 톨렌티노 교사는 한국과 필리핀 간 이번 교사 교류 프로젝트를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대부분의 교사는 다양한 경험을 펼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제가 교환 교사를 지원한 이유도 더 이상 정체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필리핀에 돌아가면 학생들에게 새로운 지식을 전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신이 납니다."
남미영 조선에듀케이션 기자 willena@chosun.com
"우리 선생님은 외국에서 오셨어요"
남미영 조선에듀케이션 기자
willena@chosun.com
-교과부 주최 '몽골-필리핀 교사 교류 프로그램' 시작
-몽골 "사제 간 자유로운 수업 분위기 마음에 쏙"
-필리핀 "짧은 수업시간에 놀라... 필리핀은 90분"
Copyrightⓒ Chosunedu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