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N] 청소년 마약 근절 “아이들을 향한 관심이 필요해요”
강여울 조선에듀 기자 kyul@chosun.com
기사입력 2023.06.16 09:00
  • 연예계를 비롯한 극소수의 문제로만 여겨지던 마약이 일반인, 심지어는 청소년에게까지 통용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4월, 세상을 뒤흔든 ‘마약 음료 사건’은 우리 사회에 청소년 마약범죄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해당 사건은 마약이 섞인 음료를 집중력 강화 음료로 속여 강남 학원가 일대 미성년자 13명에게 나눠준 사건이다. 음료를 마신 이들은 환각 등의 마약 섭취 증상을 호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뿐만 아니다. 얼마 전 대구에서는 고등학생 A양이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아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다. 당시 마약 공급 사범은 A양에게 필로폰을 투약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며 호기심을 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A양에게 지속적으로 필로폰 투약을 종용하고, 마약 유통에 직접 가담하라는 요구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 마약 늪에 빠진 청소년들

    더 큰 문제는 마약 투약은 물론 유통까지 직접 가담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마약 범죄율은 급속도로 증가했다. 지난달 17일 교육부가 발표한 ‘청소년 마약류 접근 차단 추진상황’에 따르면, 전체 마약 사범 중 10~20대의 비율은 2017년 15.8%에서 2022년 34.2%로 늘었다. 특히 10대의 경우 5년 새 무려 304%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암수율이 높은 마약범죄 특성상 실제 청소년 마약 사범의 수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약이 특정 집단이나 성인을 넘어 어린 청소년들에게까지 확산된 이유는 무엇일까. 서민수 경찰인재개발원 교수는 아이들이 ‘디지털 세대’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약의 유통 및 판매 구조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했을 뿐 아니라, 판매 광고 또한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인터넷이나 SNS를 활발히 즐기는 청소년들에게 더욱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심지어 청소년 대상 마약은 또래를 중심으로 퍼지는 ‘집단성’을 가져 더욱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미숙한 청소년의 마약 중독은 신체적 발달을 저해하는 발달장애는 물론, 반사회성 인격장애 등 정신건강을 해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마약을 지속적으로 접했을 때, 타인을 향한 공격성이 높아지고 자해나 자살로 이어져 청소년들이 올바른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 대한민국은 지금 ‘마약과의 전쟁’ 중

    마약 청정국이라 불리던 대한민국에서 마약범죄는 더 이상 이례적이지 않은 사건이 됐다. 이에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먼저 교육부는 마약 예방 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고, 강화하기 위해 약물 중독 예방 교육 시간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행 교육과정에서 차시당 수업 시간은 초등학교는 40분, 중학교는 45분, 고등학교는 50분이 원칙이다. 교육부는 오는 8월까지 기존 고시를 확대 개정할 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또한 팔 걷고 나섰다. 일상생활에서 마약이라는 표현을 자주 접한 청소년들이 이를 친숙하게 여길 우려가 있다며,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통해 식품 등에서 ‘마약’ 단어가 사용되지 않도록 뜻을 모았다. 지자체는 상호나 제품명에 마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적극 권고할 예정이다. 이미 해당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업체에는 소비자식품위생감시원이 직접 방문해 업소명을 변경하도록 계도하고, 이에 따른 영업자의 경제적 비용도 지원할 계획이다. 

    식약처는 또한 가수 겸 배우 ‘황민현’을 마약류 오남용 예방 홍보 모델로 선정하고, 오는 26일 홍보 영상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청소년들에게 사랑받는 황민현을 모델로 선정함으로써 젊은 세대의 마약 범죄율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와 경찰청이 주관하는 마약범죄 예방 ‘노 엑시트(NO EXIT)’ 릴레이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원로배우 최불암을 시작으로, 최근 가수 하하, 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 각 지자체 관계자 등 많은 이들이 동참하고 있다. 해당 릴레이 캠페인은 연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 ‘청소년 마약범죄’ 근본적인 해결책은?

    서민수 경찰인재개발원 교수는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서 교수는 “아이들의 인터넷 활동은 교사나 경찰에게 접근 권한이 없어 노출 상황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며 “학부모는 얼마든지 아이들에게 마약이 노출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훈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마약 범죄자들을 검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약 판매 글과 같은 아이들에게 노출되는 광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삭제해 나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방 교육의 중요성 또한 강조하며, “예방 교육이 ‘마약 예방’과 ‘마약 학습’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어 저연령과 고연령 청소년을 구분해 조심스럽게 교육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초등학생에게 ‘마약’ 관련 단어와 구조를 노출해 교육하는 것은 오히려 지적 호기심이 높은 아이들이 마약을 접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 또한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 마약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 만큼, 하루에도 수십 개의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거래 비용이나 유통처 등 너무 상세하게 보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10대 청소년들에게 마약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고,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등 모방 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마약범죄 속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개개인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글=강여울 조선에듀 기자(kyul@chosun.com) #조선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