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아동학대 면책 법안에 갈등…“무고 방지책” vs “아동학대 우려”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3.05.23 14:36
  • 최근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교사에게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하는 법안 개정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 최근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교사에게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하는 법안 개정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 울산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인 A씨는 지난 21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A씨는 수업 시간에 떠드는 초등학생을 교실 앞에 세워두고 야단치는 등 수업 중 학생 6명에게 총 15회에 걸쳐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로 기소됐던 바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A씨의 언행이 아동을 학대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A씨가 문제행동을 한 학생들에게 재발 방지를 위해 훈육할 필요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 교사에 대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가 지난 10일 발표한 '2022년도 교권 보호 및 교직 상담 활동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교권 침해 사례 가운데 ‘학부모에 의한 피해’가 급증했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상담 건수는 2021년 148건에서 지난해 241건으로 늘었다. 그중에서도 자녀 지도를 문제 삼은 아동학대 신고가 두드러진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사례 241건 가운데 4건 중 1건이 아동학대 신고와 관련됐다. 문제는 학부모에 의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정황이 있으면 수사기관에 신고를 할 수 있다. 이는 학교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학부모나 학교가 교사의 교육 행위에 대해 아동학대로 민원을 넣으면, 이를 수사 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당한 교사는 실제 학대 여부와 관계없이 대부분 수업에서 배제되거나 직위가 해제된다. 하지만 실제 판결에서 교사가 유죄를 선고받은 경우는 드물어 과도한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 악성 민원으로 피해 급증…법안 개정 필요해

    최근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교사에게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하는 법안 개정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국 시도 교육감으로 구성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22일 '아동학대처벌법 등의 개정 요구'라는 입장문을 내고 “가정 내 아동학대를 계기로 마련된 법적 조치가 학교에까지 무분별하게 확대 적용되면서 즐거워야 할 교실 공간이 법적 분쟁 현장으로 변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협의회는 “현행법안은 의심만으로 교사의 교육권 박탈이라는 실질적 처벌이 이뤄지는 문제가 있다. 다른 학생의 학습권 침해로도 이어지고 있으므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학대 유무에 대한 판단이 나오기 전에 교사가 학생 측의 아동학대 의심 신고만으로 수업에서 배제되거나 직위해제 등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 학대 예방을 위한 금지 조항, 예외 있어서는 안 돼

    학부모·시민 단체는 교사의 아동학대 면책 법안에 반발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9개의 학부모·시민 단체들은 23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사의 아동학대 면책 법안을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인한 교원들의 고충도 이해하지만, 그 해결이 아동복지법상 학대 예방을 위한 금지 조항에 예외를 인정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며 “학교에서 제기되는 아동학대는 가정 내 아동학대와 다른 기준으로 판단하고 조정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50만 명 교사들의 의견뿐만 아니라 500만 명의 학생들과 보호자, 시민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아동학대 조장하는 교원 면책 개정안 즉각 철회 ▲각 학교에 전담 분쟁조정전문가 배치, 학생‧교사‧학부모‧분쟁조정전문가가 대화하고 조정하는 교육분쟁조정위원회 구성 ▲교육부에 교육분쟁조정위원회 전담 부서 신설 ▲유아와 초등 1교실 2교사 체제 실현 등을 요구했다.

    글=장희주 조선에듀 기자(jhj@chosun.com) #조선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