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공부는 왜 해요?”

이런 질문들 가끔 혹은 많이 받아 보셨을 것 같습니다. 

“좋은 대학 가려고?” “좋은 직장 가려고?” “좋은 친구들 사귀려고?” “학생의 본분은 공부니까!” 등등 다양한 답을 해 줄 수 있지만, 정답이 정해져 있는 그런 간단한 질문은 아닌 듯 합니다. 

혹시 등산 좋아하시는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공으로 하는 구기 종목은 많이 좋아하는 편이지만 제게 등산은 선뜻 가게 되지 않을 뿐더러, 등산하기를 결정하기까지는 참 많은 시간과 결단이 필요합니다. 신기하게도 정상에 올랐을 때의 그 쾌감은 그 어떤 운동보다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한 번은 대학 때, 친구와 함께 북한산을 등반한 적이 있었습니다. 코스는 고양시 효자동 쪽으로 올라가는 북한산성코스였습니다. 정상까지 올라가는데 대략 3시간 남짓 걸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상에 올랐을 때 그 세차고 시원한 바람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정상에 올라 그 기쁨을 충분히 만끽하고나서, 한가지 고민이 생겼습니다. “우리 내려갈 때는 반대 방향으로 가 볼까?” 반대 방향은 우이동 방면이었는데, 우이동 방면으로 내려가게 되면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배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고민이 됐습니다. 

“어차피 등산도 자주 못하는데, 오늘 실컷 운동해보자”라고 말을 맞추며 우리는 우이동 방면으로 내려갔습니다. 이후 약 1주일 정도 근육통에 끙끙 앓았던 기억이 납니다. 

우이동 방면의 코스는 북한산성 코스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같은 북한산이라도 풍광이 달랐고, 피어 있는 꽃들의 종류와 모양도, 내리쬐는 햇살과 서늘한 바람의 느낌도 달랐습니다. 비로소 정상에 다다랐을 때 이런저런 또 다른 코스의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제게 매우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만약 중간에 등반이 힘들다고 등산을 포기했더라면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는 방법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겁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열심히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정상에 다다랐을 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진로, 적성)이 많은 것이죠. 정상에 다다랐을 때야 비로소 이 길로 가볼까, 저 길로 가볼까,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음을요. 그리고 또 다른 길로 가 보며 내가 더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게 되는 것이고요.

산의 정상에 올랐다는 것은, 공부로 비교하면 바로 실력이 최정점에 다다랐다고 비유할 수 있겠지요. 실력이 최정점에 다다랐을 때 의대를 가든, 치대를 가든, 약대를 가든 본인이 희망하는 진로로 얼마든지 선택할 수가 있습니다. 산을 등반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경치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가 없을 만큼 힘들지라도, 정상에 다다랐을 때의 쾌감과 또 다른 다양한 선택지. 그것이 우리 학생들이 공부하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간혹 이러한 이야기를 해 줍니다. 

“지금 머물러 있으면, 또는 중도에 포기한다면 네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방법밖에 없단다. 정상에 올라서면 이런 길, 저런 길 다양한 선택지가 많다는 걸 알게 돼. 우선 정상에 올라가기 위해 현재에서 최선을 다하자. 정상에 오른 후 내려오는 길에서는, 꽃의 모양도 색깔도,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네게 더 좋았던 길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거란다.”

정상에 다다랐을 때 그만큼 다양한 선택과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글=김학수 에이젯(AJET)/애니스터디입시센터장, 대치동 입시연구소길소장 #조선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