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발달장애인 가족 비극에…부모연대 “보호법 개정” 호소
이영규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2.05.25 11:30

-아파트 투신, 수면제 복용 등 극단적 선택 잇따라
-10명 중 6명 돌봄서비스 못 받아…생업 포기하기도
-부모연대 "보호법 개정하고, 지원체계 재설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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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적 선택을 하는 발달장애인 가족이 증가하고 있다. 장애 아동을 키우는 일부 부모가 육아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자녀와 생을 마감한 것이다. 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돌봄 지원 제도가 있지만, 절반 이상이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이들 가족의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외쳤다.

    25일 경찰청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여성이 6살 아들 A군과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졌다.

    A군은 발달 장애가 있어 지속적인 병원 치료를 받아왔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여성은 평소 아들이 발달 지체를 앓는 것을 두고 심한 우울증에 시달린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3일에는 60대 여성이 중증 장애인 딸 B양에게 다량의 수면제를 먹여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여성은 딸이 1급 뇌병변 장애를 앓던 중 최근 대장암 말기 판정까지 받자 처지를 비관해 이러한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딸을 숨지게 한 이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발달장애인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는 해마다 나타나고 있다. 2020년 20대 발달장애 아들을 돌보던 한 부모가 자동차 안에서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지난해 2월 50대 여성이 발달장애를 앓는 딸과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홀로 숨졌다.

    장애인 가족들을 위한 지원체계는 부족한 현실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발달장애인 부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긴급돌봄서비스를 받지 못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60.3%로 나타났다. 자녀 돌봄을 위해 생업을 포기한 부모(20.5%)도 있었다. 부족한 지원방안으로 인해 이들 부모는 생계보다 육아에만 전념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장애가정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 개선이 안될 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가정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우려에서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발달장애인은 보호자가 없으면 삶을 이어나갈 수 없다”며 “정부 차원의 24시간 돌봄 지원체계를 구축해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을 개정해 보호센터를 더욱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을 함께 피력했다.

    lyk12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