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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전문가 유성룡(56) 에스티유니타스 교육연구소장은 정확한 입시분석으로 유명하다. 1991년 입시전문지 기자로 시작해 서울시교육청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30년간 교육계에 몸담았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2014년부터는 조선에듀 필진에 합류, 7년 동안 수험생을 위한 여러 입시 칼럼을 연재해 큰 인기를 끌었다. 그간 변화무쌍한 교육 정책의 흐름에서 입시라는 한 우물만 파오며 다방면으로 교육과 입시를 연구·분석한 그다. 이에 대선을 맞아 현행 입시제도에 대한 논의가 어느 때보다 활발한 이때, 유 소장을 만나 견해와 바람을 들어봤다.
여러 대선후보들이 수시 폐지와 정시 확대 등 다양한 입시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입시전문가 유 소장에게 지금의 소회를 묻자 돌아오는 답변은 회의적이었다. 유 소장은 “그간 입시제도는 수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공정성과 다양성만큼은 해결되지 않았다”며 “평가방식과 대입 전형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철저한 분석과 다양한 계획이 이뤄져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그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축소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 2007년 입학사정관제로 시작된 학종은 학생의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조국 전(前)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 특혜 사건 등으로 평가의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학종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이에 대해 유 소장은 “학교 현장에서 지금보다 학종의 비중을 더욱 줄여 이를 대입 전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각 대학이 선발 규모 완화, 절차 방법을 논의해 소규모 인원으로 선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통상 학종의 평가 기간은 40~60일 정도인데, 이 기간에 많은 학생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요. 검토시간이 짧은 만큼 대학이 학생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해 부실검증 문제로 이어져 공정성 논란이 생긴 거죠. 학종의 본질과 취지는 문제없지만, 학생이 가진 잠재력과 능력을 오롯이 판단하려면 선발 비중을 더 감소할 필요가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학생과 학부모는 학종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생길 수 있어요.”이날 유 소장은 고교학점제(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고 기준 학점을 취득하면 졸업하는 제도) 운영을 위해 선택과목을 입시와 연계하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라고도 했다. 고교학점제가 오는 2025년부터 전국 고등학교에 도입될 예정이지만, 이를 입시에 반영할 대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현행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체제에 반영하더라도 지금의 국영수 평가 위주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이외 선택과목이 후순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유 소장은 “선택과목의 문항 수와 배점을 조정해 입시에서 주요과목과 동일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비쳤다.이를 위해 먼저 사범대 내 진로교육학과를 만들어 다양한 교과과정을 연구하는 이를 양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정부가 고교학점제에 기반해 과목 선택권을 확대할 것을 밝혔지만, 이를 지도할 교원 확충은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진로·직업교육을 위한 다양한 합의를 만들어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을 폭넓게 선택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이후 대학들이 진로와 적성에 맞게 노력한 학생을 다양한 방식으로 선발하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특히 유 소장은 수능의 미래를 둘러싼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는 대입 정책 4년 예고제에 따라 미래형 대입제도를 2024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유 소장은 향후 어떤 식으로 시험이 개편되건 다각도에서 학생을 평가하던 수능의 취지를 되살리는 시스템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그는 “명문대, 점수 잘 받는 학과 입학을 결정짓는 지금의 과정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고득점 목표의 입시가 되풀이될 수 있다”며 “수능 문제를 언어·외국어·수리처럼 범교과형으로 바꾸거나, 서술형 시험을 도입해 논리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이외에도 “미래형 입시에는 지금의 EBS 연계문제보다 각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과정을 더 많이 반영하는 대안으로 바꿔야 한다”라며 “학생이 지원을 희망하는 학과와 연계되는 고교 교과목에 대해 높은 점수를 받을 시 가점을 부여해 잠재력을 파악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려면 제도적 논의를 정치인이 아닌, 교원·입시전문가 등 다양한 교육전문가가 모여 올바른 제도를 위한 토론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덧붙였다.유 소장은 인터뷰에서 이보다 더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가 있음을 밝혔다. 바로 사회에 고착된 학벌주의의 폐해다.“학교 현장부터 교육목표를 ‘명문대 진학’으로 설정한 것부터 바뀌어야 해요. 아이들의 학벌주의를 부추기는 과정은 30년 전부터 지속됐던 문제입니다. 아무리 좋은 교육·입시정책이라도 ‘명문대=성공’이란 공식이 깨지지 않는 이상 완벽히 도입될 수 없죠. 대학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부터 바뀌어야 해요. 상위권대에 보내기 위한 역량이 아닌,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진로를 스스로 설계하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학생들은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것을 더욱 힘들어할 수 있어요.”lyk123@chosun.com
대선 이슈로 떠오른 입시제도, 정책 바라본 입시전문가의 시선은?
-에듀포스트 필진, 유성룡 입시전문가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