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입시를 준비하는 시간, 성인이 되어 가는 시간
홍민기 리딩엠 도곡교육센터 원장
기사입력 2021.07.16 13:52
  • 홍민기 리딩엠 도곡교육센터 원장
    ▲ 홍민기 리딩엠 도곡교육센터 원장
    2024학년도 입시부터 자기소개서가 폐지됨에 따라 생활기록부의 비중은 더욱 확대된다. 교과 성적 외에 수험생의 강점을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생활기록부에 집중되면서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하 세특)의 구성이 갈수록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이러한 흐름으로 일부 대학에서는 2023학년도부터 선제적으로 자기소개서를 폐지하기로 했으며, 해당 학교에 입학을 희망하는 현재 고2 학생들은 세특 구성에 특히 더 열중하고 있다.

    교과 및 수능성적 외에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은 생활기록부이며, 이는 입시의 방향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정시의 비중이 확대된다고 해도 주요 대학의 2023학년도 입시 요강을 보면 정시전형에서도 수능성적 못지않게 내신 반영 비율도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수시전형에서도 수능 최저등급을 설정하는 대학의 수가 늘고 있어 생활기록부에만 집중하는게 능사는 아니다. 즉, 정시와 수시 그 어느 하나만을 선택해 집중하는 것은 효율적인 전략이라 보기 어려운 것이다. 이제는 두 전형을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기보다 진로와 적성, 학문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호보완적 관계라는 것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하지만 고등학교 3년 과정이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하는 시간이라고만 생각한다면 오히려 수험생들은 선택의 폭이 좁아질 것이고, 심지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조차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본인이 능동적인 자세로 무엇인가를 선택하기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점수를 바탕으로 수동적인 선택에 길들여진다면 고등학교 과정은 입시를 위한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고등학교 3년 과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올바른 성장에 있다. 교과 활동을 통해 사람이 살아가는 데 일정 수준 교양을 갖출 수 있고, 비교과 활동을 통해 자아형성 및 사회화 과정을 이뤄 갈 수 있다. 지적 수준과 더불어 올바른 인성을 확립해 가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 바로 고등학교 3년이다.

    따라서 교육의 본질적인 측면으로 본다면 정시와 수시 모두 수험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는 적합한 입시 제도라 할 수 있다. 폭넓은 전형 안에서 수험생은 자신의 강점을 살려 입시를 준비하되, 어느 하나만을 선택해 소위 ‘올인’하는 전략을 지양한다면 안정적인 준비 과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 같이 진행하면 학업뿐만 아니라 올바른 성장도 끌어낼 수 있다.

    고등학교 3년은 성인으로 나아가기 전 준비 과정이다. 그래서 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인생의 많은 것들이 달라질 것이다. 학교에서는 교과 외에도 진로와 적성을 배우고, 교우관계를 통해 사회화를 배운다. 한 공간에서 단기간 내 이렇게 많은 것들을 익힐 수 있는 것 또한 흔치 않은 기회다. 우리 수험생들이 시험을 보기 위해 고등학교에 입학했다는 생각보다, 성인이 되기 위해 고등학교에서 준비해 간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정시와 수시, 나아가 세특까지 더 효율적인 준비가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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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딩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