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 10명 중 1명은 ‘9범’ … 상습화 뚜렷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5.13 15:00

-소년원·교도소 수용 소년범 232명 대상 설문
-재범 요인은 ‘비행친구’ ‘조기 비행 경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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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DB
    소년범 10명 중 1명은 9범 이상 상습범이고, 3범 이상 비율도 전체 소년범 가운데 절반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원장 송병국)은 지난해 8월 2일~3일 소년범죄자 232명을 대상으로 소년범죄자의 재범 실태 조사를 실시해 13일 이같이 밝혔다.

    이번 조사는 소년 재범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대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실시했다. 법무부 협조를 얻어 서울소년원과 김천소년교도소에 각각 수용된 보호소년 150명과 소년수형자 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소년범이란 만 10세~18세까지의 청소년이다. 이 가운데 만14세 이상은 범죄소년으로, 만 13세 이하는 촉법소년으로 분류한다.

    조사에 따르면 소년 재범자 비율은 매년 늘었다. 연구진이 인용한 대검찰청 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2016년 소년범죄 재범 비율은 38.9%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3범 이상의 상습전과자 비율은 50.7%로 높게 나타났다. 9범 이상 비율도 12.4%에 달했다. 소년범죄가 상습범죄화됐다는 방증이다. 재범은 주로 가족이 보호해주지 못하거나 비행친구와의 교우, 조기 비행 경험 등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소년원과 소년교도소에 수용된 소년범들은 모두 대다수는 본인의 재범 가능성을 낮게 인식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보호소년 150명 가운데 94%는 스스로 재범 가능성이 없다고 답변했다. 소년수형자 82명 가운데 93.9%도 출소 뒤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재범 방지를 위해 소년범들은 ‘비행친구와의 교우 단절’ ‘취업을 통한 생계 안정’을 원했다. 각각 33.6%, 31% 등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주로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운 소년범들이 재범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설명했다. 아르바이트 등 경제활동도 재범을 낮추는 데 영향을 줬다. 연구에 따르면, 재범자 213명 가운데 사회에서 일을 한 경험이 있는 재범자가 그렇지 않은 재범자보다 평균 재범 기간이 10개월 더 길었다. 복학이나 검정고시 준비, 자격증 훈련 등은 8.3개월로 나타났다. 특별히 하는 게 없을 경우엔 5개월 만에 재범을 했다.

    소년원 등 수용생활에 대해선 현재 상황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보호소년 76%, 소년수형자 69.5%는 현재 수용생활이 인성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응답했다. 애로사항은 ‘시설 밖 가족 및 친구에 대한 그리움’으로 나타났다. 시설 외부와 정서적으로 단절됐다는 고립감을 느낀 것이다.

    연구진은 소년범죄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 우선 부모를 대신해 소년에게 관심을 쏟을 수 있는 소년보호시설과 사회정착 지원 기관의 멘토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년의 체계적인 진로직업설계를 위해 진로교육과 훈련을 제공하고, 의료서비스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년보호시설과 사회정착 지원 기관 자체의 전문성도 끌어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정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소년범죄에 대한 우리사회의 담론은 매번 공분으로 시작해 엄벌주의로 귀결된다”며 “소년범죄의 누적된 현안을 제대로 짚고 현실적 대안을 만들어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