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자발적인 독서 습관이 형성돼 있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가정에서의 역할이 중요한데, 바쁜 일상으로 ‘알아서 읽겠지’라고 흘려보내면 중학교 때 좌절하기 쉽다. 초등과 중등의 수준, 목표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고등 때는 이미 다져진 시기여야 한다.
도서는 크게 문학과 비문학으로 나눌 수 있는데, 문학 작품에서는 저학년 때 ‘나-너-우리’의 개념을 익히며 공동체 의식을 함양시키고, 여러 가지 상황에 직면하며 이해와 공감 능력을 키운다. 나아가 고학년 이상부터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나’라는 자아를 생각해 보며 진로 탐색을 한다.
비문학에서는 자연과학, 역사, 정치, 경제, 세계사 등의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하게 되는데, 초등학교 때와 중학교 때의 관점이 달라진다.
그중 과학 도서를 예로 들 수 있다. 우선 초등 저학년 시기에는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자연을 관찰하며 자연의 이치를 깨닫는다. <쭈글쭈글 애벌레(비비언 프렌치, 비룡소)>라는 도서는 작은 알이 애벌레가 되었다가 나비가 되는 과정을 그려냈다. ‘어떻게 나비가 될까?’라는 호기심에서부터 시작해 그 해답을 찾아 나가는 방식의 작품이다.
중학년 시기에는 과학 용어들과 함께 지구 환경의 연계성에 대해 배우게 된다. 예를 들어 <북극곰도 모르는 북극이야기(박지환, 토토북)>를 통해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환경 문제와 북극의 변화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알아본다.
고학년 때는 기본적인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다른 분야와의 연관성을 살펴본다. 한 예로 <소 방귀에 세금을?(임태훈, 디딤돌)>에서는 ‘지구는 정말 뜨거워지고 있는가?’라는 의구심을 시작으로 지구 온난화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에 대해 살펴보고, 경제적 관점에서 문제를 심도 있게 살펴본다. 이 책은 과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경제를 논하고 있으므로 다각적이고 비판적인 생각이 일게 하는 것이다.
나아가 중학교 때는 초등 독서를 바탕으로 더욱 심화된다. 과학뿐만 아니라 인문, 사회, 경제 등을 통틀어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세 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라는 책은 제목에서부터 과학ㆍ기술ㆍ사회를 ‘세 바퀴’로 표현했다. “세 바퀴로 가는 자전거가 더할 나위 없이 안전한 것은 바퀴가 셋이어서가 아니라 그 세 바퀴가 제 모양으로, 제자리에 적절히 위치한 탓”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과학기술과 사회가 제 모양으로, 제자리에서 잘 굴러가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의 ‘참여’와 ‘관심’이 필수적임을 이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