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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학습 동기 ‘칭찬’에서 비롯됩니다

2023/02/08 11:25:03

저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광수를 가만히 바라봤습니다.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오랜 기간 광수를 상담해온 교사로서 알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다소 광수가 생각지도 못한 질문으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누가’ 머리가 좋은 것 같은데?”

광수는 이 질문에 적잖이 당황스러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대답 없이 한동안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더니, 급기야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 실은 제가 중학교 때부터 진짜 이기고 싶었던 애가 있거든요.”

“그래? 오랫동안 라이벌이었다는 뜻인가?”

“글쎄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그 친구는 저를 라이벌로 생각지도 않을 거예요. 그냥 그 친구만 보면 부럽고 화가 나요. 걔는 맨날 친구들이랑 게임만 하고 야자도 안 해요. 선생님 말씀대로 자습을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고, 학원에서도 학교에서도 종종 자면서 열심히도 안 하는데 저보다 늘 수학을 잘해요.”

“음... 그 친구가 왜 너보다 수학을 잘한다고 생각했어?”

“그야 시험 점수가 잘 나오니까 그렇죠. 같은 학원 다니는데요, 걔는 모의고사도 내신도 저보다 맨날 시험 잘 봐요. 자존심도 상하고 되게 자괴감이 들어요.”

광수가 말하는 ‘그 친구’가 누구인지 실은 짐작이 갔습니다. 어릴 때부터 과학을 좋아해서, 과학 영재로 이런저런 프로그램에도 참여해왔고 학부모 상담에서도 ‘우리 애는 카이스트를 보내고 싶어요’라고 말씀하시던 그 친구, 바로 (가명)윤기였지요. 제가 봐도 윤기는 참 과학과 수학을 잘하는 친구였습니다. 카이스트가 아니더라도, 최상위권 공대에 합격해서 한국의 이공계 발전에 이바지하는 학생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학생이었습니다.

 “혹시 그 친구가 성적이 막 떨어지거나, 망했으면 좋겠니?”

 “아뇨, 제가 잘하고 싶어요. 저도 잘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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