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한국에서 IBO 주최 글로벌 컨퍼런스 열 계획”
-일부 정치색을 띠고 있는 교육 단체의 IB 도입 반대 기류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제가 이해하기로는 지자체 교육감들이 다양한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지만, 공립학교에 IB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위해선 상호 협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교육의 목적과 학생들이 갖춰야 할 역량에 초점을 맞춘다면, 부정적 견해와 우려를 극복하고 건설적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말씀드린 대로, 한국 방문 시 많은 교사와 교육 당국자를 만나 IB 프로그램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교육제도의 혁신과 새로운 시도는 정책 당국자와 지역사회, 교육가들이 항상 객관적 관점에서 검토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우려를 이해하고 함께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젊은 세대를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결정해야 한다. IBO는 매년 세 차례 다양한 국가에서 글로벌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이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청취하고, 지역 사회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성공 스토리를 공유한다. 조만간 한국에서 컨퍼런스를 열 계획이다.”
-IB 프로그램이 소수 부유층만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인식이 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제주도와 대구시교육청과의 협력을 약속한 이후 다수의 공립학교가 IB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전 세계 IB 월드 스쿨의 52%가 공립학교다. IBO의 목표는 학생들이 출신 배경에 상관없이 IB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DP는 한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로 번역되고 있다. 이를 더 많은 언어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균형적인 시각에서 全人교육 실천하는 학교에 대한 신뢰는 더욱 높아질 것”
-한국에서는 현행 대학입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IB 프로그램이 대학 입시제도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한국의 대학입시 제도 개혁에 관한 토론을 많이 봐왔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린다면, IB가 제도 개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IB 프로그램은 학습 능력과 사회적 기여 의지를 두루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표다. 한마디로 전인교육(全人敎育)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이다. 이는 한국의 국가적 교육 목표와 부합한다. IB 교육과정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프로그램이어서 공정성과 객관성 이슈도 제기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의 교육부는 IB 프로그램의 하나인 ‘DP 프로그램’ 도입에 유보적인 입장이다. 교육부와도 협의하고 있나.
“IBO는 현재 제주도, 대구시교육청에 이어 경기도교육청과 소통하고 있다. 우리의 IB팀이 11월 중순경 부산시교육청을 방문하기로 돼 있다. 물론 한국 교육부와 구체적인 논의를 하지 않아 입장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한국 교육부와 협력할 수 있다면 우리에겐 큰 영광이 될 것이다.”
-한국 사회는 ‘출신 대학’을 중요시 한다. 교육행정 전문가로서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모든 국가는 독특한 역사, 문화, 경제, 정치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가 살고, 후손들이 물려받을 세상은 다양한 형태의 열정과 지적 능력, 전문 기술,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 각국 정부는 교육 과정을 세계의 변화에 맞도록 끊임없이 혁신하고 있다. 한국도 지속적으로 미래형 인재 육성을 위해 국가 교육과정을 개정해왔다. 전 세계 대학들도 보다 다양한 경험과 능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균형적인 시각에서 전인(全人)교육을 실천하는 학교에 대한 신뢰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세계가 겪고 있는 難題 해결에 IB가 실마리 제공할 수 있기를”
-핀란드 교육부 장관을 역임했다. 핀란드의 IB 프로그램 도입 과정은 어떠했나. 반대는 없었나.
“현재 공사립학교 구분 없이 IB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경쟁력과 혁신적 마인드를 갖춘 인재 양성에 IB 프로그램이 도움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IBO 사무총장으로 향후 목표는 뭔가.
“IB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시작됐다. 전쟁 없는 세상, 인류가 함께하는 세상을 위해 ‘교육’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한 것이다. 지금 세계가 겪고 있는 난제(難題)를 해결하는 데 IB가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IB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풍요로운 세상에서 살기를 희망한다. 실무적으로는 IB 프로그램의 디지털화를 꾀하고, IB 교사들의 지도 역량 강화 등이 있다. 또 저소득 국가들에 IB 프로그램을 전수해 현지 학생들이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꿈을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교육의 글로벌화’를 위해 조언한다면.
“과거 핀란드 교육부 정책 당국자로 일한 경험에 비춰볼 때, 국가의 교육제도는 그 나라의 문화와 기대 수준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교육 당국자는 국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파악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한국의 교육제도는 가르침과 배움을 중시해왔고, 앞으로도 이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한국은 세계적 변화에 잘 적응해왔으며, 교육 현장에도 첨단 기술과 혁신적 방법을 도입했다. 이러한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