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플라스틱은 수거 후 분쇄와 열분해과정 등을 거쳐 재활용된다.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김 작가는 열풍기(heat gun)로 500~600도 이상의 고열을 가해 폐마스크를 녹이고 천천히 굳히며 샘플링 작업을 했다. 그는 "어느 정도의 온도에서 녹여야 하는지, 얼마나 식혀야 하는지 등을 세세하게 연구하며 여러 실패를 거듭한 끝에 저만의 방식이 생겼다"며 "학교의 실무 위주 교육이 열린 생각을 실현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실제로 성인이 앉을 수 있는 크기의 의자 제작에 필요한 폐마스크는 1500장, 등받이가 있는 의자 제작에 쓰이는 폐마스크는 4000장에 달한다. 지금은 공장에서 버려진 마스크 원단을 사용하기 때문에 재료 수급이 원활한 편이지만, 처음 의자를 제작할 당시에는 이마저도 녹록지 않았다. 김 작가는 "학교에 있는 쓰레기통 옆에 '마스크 수거함'을 배치해서 주기적으로 거둬들였다"며 "매일 수급량이 달라 재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작품을 선보일 졸업전시회가 전국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취소된 것이다. 하지만 김 작가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그는 "졸업전시가 무산되면서 환경과 관련된 정부기관이나 시민단체, SNS 계정 등에 작품을 알렸다"며 "십중팔구는 연락이 없었지만, 한 매체에 작품이 소개되면서 국내외로 이슈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국내외 기업과의 협업도 수차례 진행했다. 그는 특히 지난 3월 국내 한 통신사와 함께 진행한 전시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폐마스크로 만든 의자의 내구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폐마스크로 만든 의자가 과연 튼튼할까'라는 모두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게 제겐 숙제와도 같았어요. 의자가 튼튼하다는 걸 증명할 기회라고 생각해 당시 20점 정도를 배치해 관람객이 의자에 직접 앉아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3월 한 달 간 3만명이 다녀갔는데, 하나도 파손된 게 없었어요. 의자가 튼튼하다는 사실을 전시로 풀어서 보여준 것 같아 무척 인상깊었습니다.
김 작가는 첫 작품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지속가능성을 다루는 디자이너라는 캐릭터가 생기면서 제 분야에 대한 책임감이 강해졌다”며 “앞으로는 어떤 작품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풀어낼 수 있을지 더 연구하고 고민하게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