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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가 본적 없는 고향으로… 베트남까지 3847㎞ 헤엄친 푸른바다거북

2021/02/26 06:00:00

수족관에서 태어난 푸른바다거북이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엄마의 고향까지 헤엄쳐 간 사실이 확인됐다. 어린 바다거북은 어떻게 엄마 집을 찾아갈 수 있었을까.

일반적으로 푸른바다거북은 알을 깨고 나오면 먼바다로 떠나 20~40년간 살다가 산란기(産卵期)가 됐을 때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와 '자손'을 퍼뜨린다. 부화한 곳으로 돌아가려는 회귀(回歸)본능이 강해서다. 그렇다면 푸른바다거북의 유전자 속에는 태어난 곳과 상관없이 돌아갈 곳이 어딘지 새겨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24일 해양수산부와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 따르면 2017년 전남 여수의 수족관에서 인공 증식으로 태어난 어린 푸른바다거북이 수천㎞ 떨어진 베트남 해역까지 헤엄쳐 갔다. 한국에서 방류된 139번째 바다거북이라는 뜻을 가진 'KOR0139'는 지난해 9월 11일 인공위성 위치 추적기를 등딱지에 붙인 채 제주에서 방류됐다. 이동 경로를 관찰한 결과 KOR0139는 90일 동안 남쪽 바다를 지나 베트남 동쪽 해안까지 3847㎞를 이동해 정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푸른바다거북이 주로 태어나는 곳은 베트남 등 동남아 해안이다. 대부분이 이곳에서 출발해 먹이를 찾아 우리나라 해역까지 들어온다. 성체가 되면 알을 낳으러 바다 냄새나 물 온도 등 기억에 의존해 동남아 해안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수족관에서 태어난 KOR0139가 어떻게 엄마가 온 곳으로 돌아갈 수 있었는지 그 이유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한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전 세계에 서식하는 바다거북은 모두 멸종위기종에 속한다. 해양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산란지가 파괴돼 해마다 개체 수가 줄고 있어서다. 해양수산부는 바다거북의 야생 개체 수를 늘리고자 2012년부터 인공 증식한 새끼 바다거북을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바다거북이 야생에 잘 적응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일부 개체에는 인공위성 추적 장치를 달아 이동 경로를 관찰해 왔다. 위치 추적기가 부착돼 방류된 바다거북들의 이동 경로는 해양생명자원 통합정보시스템(gis.mbris.kr)에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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