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리 센터 안에 들어서자 건반 놀이 세트부터 로봇까지 장난감으로 가득한 벽면이 눈에 들어왔다. 각자 책상 위에는 드라이버 등 각양각색의 공구가 빼곡히 걸려 있었다. "이 박사, 이 전화기는 스피커가 고장 난 것 같네." 평균 나이 71.2세인 이들은 서로 '박사'라고 부른다. '아픈 장난감을 치료하는 박사'라는 의미다. 최씨는 "이곳은 장난감 병원"이라며 "저마다 증상이 달라서 5분 만에 고치는 장난감이 있는 반면 5일은 꼬박 매달려야 하는 중환자 장난감도 있다"고 했다.
"제가 해 보니 비행기 수리보다 장난감 고치는 일이 훨씬 더 어렵더군요." 40년간 항공기 정비공으로 일했다는 이성섭(71)씨가 웃으면서 말했다. 센터에 있는 10명의 박사님은 과거 경찰·교사·PD 등 다른 일을 하다가 은퇴하면서 '인생 2막'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이들을 한데 모은 것은 항공과학고등학교 교장에서 물러나고 2011년부터 장난감 수리 봉사를 시작한 최씨다. "대학 후배가 항공기 정비 교육 경험을 살려 장난감 수리로 재능 기부 활동을 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죠. 처음에는 '이 나이에 무슨 장난감이냐'며 웃어넘겼어요. 그런데 그 뒤로 분리수거장에 버려진 멀쩡한 장난감들이 눈에 밟히더라고요."
보통 장난감이 고장 났을 때 제조 업체에 맡기면 비용을 내야 하는 데다 시간까지 오래 걸려 번거롭다. 작동하지 않는 장난감 대다수는 아이가 자라면서 그냥 버려지기 쉽다. 인천 남동구 수리 센터에서는 택배비만 부담하면 장난감을 공짜로 수리해 준다. 우종하(67)씨는 "6년째 장난감을 고치면서 어린이의 소중한 친구를 되찾아 주고 부모의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 된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장난감을 수리해서 쓰면 환경 보호에도 이바지할 수 있어 일석삼조(一石三鳥)"라고 했다.
◇ "얘들아, 장난감 마음껏 갖고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