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서점에서 어린이 책 코너를 둘러보면 베스트셀러 절반 이상이 교양·학습 만화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교양·학습 만화의 판매량은 매년 10%씩 성장했다. 우리나라에 '어린이가 쉽고 재밌게 지식을 얻는 만화' '부모님이 먼저 사 주는 만화'를 처음 선보여 '만화는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다'는 편견을 뒤집은 작품이 '먼나라 이웃나라'다. 먼나라 이웃나라는 프랑스·독일·영국 등 유럽 6개 나라를 비롯해 한국·미국·중국·일본 등 세계 주요 국가의 역사와 문화를 알기 쉽게 풀어낸 작품이다. 1981년 탄생해 지금까지 1800만 부가 팔리며 국내에서 가장 오래 사랑받은 최장수(最長壽) 교양 만화로도 꼽힌다. 지난 15일 먼나라 이웃나라의 작가인 이원복(75) 덕성여대 석좌 교수를 서울 선릉역 부근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먼나라 이웃나라가 올해로 40주년을 맞았어요.
"시간이 눈 깜짝할 새 흘러서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네요. 생각해 보니 80년대에 제 만화를 읽던 어린이 독자가 벌써 50대 중년이 됐겠더라고요(웃음). 만화를 읽은 어린이가 복잡한 미국 역사를 술술 설명해서 현지인들이 깜짝 놀랐다거나, 외국 여행을 하면서 자녀와 대화하는 데 어릴 때 읽은 먼나라 이웃나라가 도움됐다는 얘기를 이따금 들어요. 나이가 들면서 작품 활동이 점점 쉽지 않은데 이런 독자들의 이야기는 내게 큰 힘이 되지요."
만화를 그리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요.
"다섯 살 때 그 무시무시한 전쟁이 터졌어요. 6·25전쟁이 끝나고도 모두가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지요. 용돈을 벌려고 시작한 게 바로 만화 그리는 거였어요. 직업인으로서 만화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거의 없을 때였죠. 만화가는 1990년대까지도 저평가 됐어요. 만화를 '불량 서적'으로 낙인 찍어 불태우곤 했으니까요. 1975년 프랑스 파리의 한 서점에 갔을 때예요. 서점 한가운데 만화가 진열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죠. 이미 유럽에서는 만화가 하나의 예술 분야로 대접받고 있었던 거예요. 그때 한국에서도 만화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죠. 그리고 만화가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답니다."
외국 유학이 흔하지 않던 1970년대에 그림 공부를 하러 유럽에 가셨어요.
"1975년 독일로 유학을 떠났어요. 당시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에 못 미치는 개발도상국이었죠(2019년 기준 3만1846달러). 유럽에서 공부하는 동안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어요. '한국에서는 아직 외국 문화를 접하기 어려우니 내가 경험한 것을 알려 보자'는 생각으로 먼나라 이웃나라를 시작했지요. 아직도 책을 내기 전에 직접 그 나라를 방문해 많은 것을 보고 듣습니다. 지난해 러시아 편을 발간하기 전에는 20일간 시베리아 대륙을 횡단했지요. 지금까지 지구를 몇 바퀴는 돈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