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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수 경찰관의 요즘 자녀學] 부모가 알아야 할 ‘학교폭력 처리절차’와 ‘회복’

2021/01/20 09:20:00

첫째, 학교폭력 피해를 발견하면, 아이의 상처를 공감해주기
부모는 자녀가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사실을 알게 되면, 일단 침착하게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처를 공감해주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부모는 아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하면 발끈해서 흥분하는 게 다반사죠. 하지만 부모가 자녀의 피해만을 생각하고 감정적으로 대처해서는 아이에게 도움 되지 않습니다. 먼저, 부모가 아이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보듬어주는 태도는 어쩌면 학교폭력 대응에서 기본이자 결코 지나쳐서는 안 될 절차입니다. 부모가 아이의 상처를 보듬어주었다면, 다음은 ‘화해’와 ‘신고’의 두 갈림길에서 고민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아이의 의견이 중요한 법이죠. 아이가 ‘신고’보다는 ‘화해’를 원한다면, 부모는 가해 아이의 부모와 연락하여 아이들을 화해시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이야기가 상반되거나 또, 아이가 신고를 고집한다면 어쩔 수 없이 신고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아이의 신고 의사를 받아주기보다 부모의 의견도 제시해서 아이가 감정적으로 치닫는 걸 조절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학교폭력에서 가해 아이든 피해 아이든 부모는 피해 아이의 ‘회복’에 주목해야 한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회복’은 학교폭력 사안에 있어서 ‘핵심’이자 ‘실마리’라는 사실을 기억해주세요.

둘째, 화해가 되지 않았다면, 학교폭력 신고하기
아쉽게도 가해 아이와 피해 아이 사이에 화해가 성사되지 않았다면 부모는 어쩔 수 없이 소속 학교에 학교폭력을 신고해야 합니다. 신고하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담임교사에게 이 사실을 알리거나 학교에 신고하기가 꺼려진다면 경찰청에서 운영하는 ‘117’로 전화해서 먼저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간혹 “학교와 117 중 어느 쪽에 신고하는 것이 더 좋을까요?”라고 물어보는 부모님들이 있습니다만, 당연히 아이들의 문제로 빚어진 것이니 아이를 잘 아는 담임교사에게 먼저 연락하여 도움을 요청하는 게 맞습니다. 담임교사와 상의한 후 아이의 2차 피해가 걱정된다면 학교에 ‘긴급조치’를 요청할 수도 있고, 학교에서 중재해 준다면 부모는 학교를 믿고 의지할 필요도 있습니다.

셋째, ‘학교폭력 사안 조사’ 진행하기
학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간 화해가 되지 않았다면, 학교는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학교폭력 사안 처리절차’에 들어갑니다. 최초 신고를 받은 담임교사는 학교폭력 담당 교사에게 통보하고, 학교폭력 담당 교사는 사안을 정식 접수하여 학교장에게 보고한 후 ‘사안 조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사안 조사’는 말 그대로 학교폭력 가해와 피해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피해 아이와 가해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목격한 아이의 이야기와 관련 자료를 수집하여 최종 판단을 하게 되지요. 학교는 사안 조사 결과에 따라 학교장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거나 아니면 교육청(교육지원청)에 사안 조사를 보고하여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 개최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학교에서 진행하는 ‘학교폭력 처리절차’입니다.

마지막으로,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에서 조치 결정하기
교육청(교육지원청)은 학부모와 교원, 학교폭력 전문가로 구성된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학교가 보고한 ‘사안 조사’를 검토하고, 관련 학생과 부모를 불러 의견을 들은 후 최종적으로 가해 아이와 피해 아이에 대한 조치를 결정하게 됩니다. 참고로 가해 아이의 조치는 ‘1호 서면 사과’부터 ‘9호 퇴학 처분’까지 총 9단계로 되어 있으며, 피해 아이의 조치는 ‘1호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심리상담 및 조언’부터 ‘6호 그 밖에 피해 학생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까지 총 6단계로 되어 있죠. 특히, 부모가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고, 행정심판 청구는 ‘행정심판법’에 따라 조치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시 사례로 돌아와 볼까요. 저는 사안을 듣고 삼촌에게 조카 아이의 피해 상황과 아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는 가해 아이들의 처벌보다는 사과를 받고 다시는 같은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학교폭력에서 우리가 주목할 건, 결국 아이의 회복과 추가 피해를 어떻게 막을지에 대한 문제일 겁니다. 다시 말해, 아이가 화해를 원한다는 건, 아이의 회복은 곧 가해 아이들과 화해하는 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의 생각을 외면하고 성급한 마음에 경찰부터 찾는다면 아이는 난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앞뒤 상황 없이 흥분만 할 게 아니라 아이의 상황과 의사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상담을 마치기 전, 삼촌에게 아이의 속마음을 한 번 더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특히, 경찰 신고에 앞서 꼭 아이의 의사를 확인하고 판단해달라고 재차 부탁을 드렸습니다.

1995년 한 아이의 안타까운 희생으로 우리 사회에 처음으로 ‘학교폭력’이라는 용어가 등장했습니다. 여러 차례에 걸쳐 ‘학교폭력예방법’이 개정된 것도 이미 수많은 아이가 학교폭력에 희생되고 나서야 이뤄졌죠. 물론 조선 시대에도 학교폭력은 있었고,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전후 시기에도 학교폭력은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자녀세대의 학교폭력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모하고 위험천만한 모습입니다. 그만큼 피해를 본 아이의 회복이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죠. 왜 학교폭력은 사라지거나 줄어들지 않을까요.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우리 사회가 가해 행위에만 초점을 맞추고 이슈화시키기에만 바빴던 게 원인은 아닐까요? 이 때문에 사회는 ‘화해’보다는 ‘처벌’과 ‘징계’에만 관심을 두고, 피해 회복 또한 응보적 차원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었던 건 아닐까요. 하지만 부모는 ‘응보적 해결’이 과연 아이에게 필요한 회복인지 조심스럽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더구나 학교폭력은 가해 아이가 피해 아이가 되고, 피해 아이가 가해 아이가 되는 악순환의 양상을 띄기 때문입니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특별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특히, 부모가 아이 관련 법을 이해한다는 건, 요즘 자녀를 키우는 요즘 부모의 당연한 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을 통해, 학교폭력의 절차를 이해하고, 학교폭력에서 진정한 회복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이번 글을 계기로 인터넷에서 ‘국가법령정보센터’를 찾아 ‘즐겨찾기’를 해놓고, 틈틈이 ‘학교폭력예방법’과 아이 관련 법들을 검색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가족과 함께 이야기해보는 시간도 가져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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