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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공부' 중인 예비 안내견 세상 어디든 갈 수 있답니다

2020/12/11 06:00:00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던 지난 7일,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이선영(34)씨가 래브라도레트리버종(種) 보탬이와 산책에 나섰다. 보탬이는 '킁킁' 땅 냄새를 맡고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신나게 걸었다. "보탬아, 천천히~!" 먹이 주머니와 배변 봉투를 든 이씨도 보탬이 목줄을 꽉 잡은 채 함께 걸었다.

보탬이는 장차 안내견이 되고자 이씨와 함께 13개월째 '퍼피워킹(puppy walking)' 훈련을 하고 있다. 퍼피워킹은 생후 7주가 넘은 예비 안내견을 자원봉사자(퍼피워커) 가정에 1년간 위탁해 사회화 교육을 받게 하는 과정이다. 이 기간 보탬이를 비롯한 강아지들은 비(非)장애인 퍼피워커와 다양한 곳에 드나들며 안내견의 역할을 하나씩 배워나간다. 진짜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기 전, 미리 '세상 공부'를 하는 셈이다.

최근 퍼피워커가 한바탕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서울 한 대형 마트에서 직원이 강아지와 퍼피워커의 매장 출입을 막으면서다. 목격자에 따르면, 당시 직원은 퍼피워커에게 '장애인도 아닌데 왜 안내견을 데려오느냐'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퍼피워커의 존재에 대해 무지(無知)했던 이의 실수였다. 이씨 역시 "단순히 한 기업만의 잘못은 아니다"라며 "평소 식당, 카페, 심지어 경복궁에서까지 입장 '거절'을 당해본 경험이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퍼피워커의 하루는 어떨까. 이씨와 보탬이의 산책길에 잠시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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