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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에 대처하는 동물들의 자세

2020/10/12 06:00:00

동물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한다고요?


그럼요. 대표적으로 인간처럼 밀집 생활을 하는 꿀벌이 있습니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연구진은 지난 4월 국제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에 ‘꿀벌이 이스라엘 급성마비 바이러스(IAPV)에 걸린 동료와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IAPV 바이러스에 감염된 꿀벌은 온몸이 마비되면서 죽음을 맞이하는데요. 이런 꿀벌이 벌집에 들어오면 군집 전체가 감염으로 붕괴할 수 있습니다. 꿀벌은 배고픈 동료에게 먹이를 토해 전달하는 습성이 있거든요. 이 과정에서 서로 침이 섞이면서 바이러스를 옮기는 거죠. 연구진은 벌통 한 곳당 900마리씩, 총 세 곳에 사는 꿀벌에 식별 기호를 붙이고, 이 중 90~150마리는 IAPV 바이러스에 감염시킨 뒤 꿀벌의 행동을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벌은 다른 벌보다 먹이 교환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꿀벌이 아픈 동료 벌들과 일종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죠.


정말 똑똑한 걸요?


개미도 꿀벌 못지않게 영리한 방법으로 바이러스 감염을 막습니다. 로런트 켈러 스위스 로잔대 생태진화학과 교수팀은 2018년 정원개미 2266마리에 움직임을 추적하는 장치를 붙이고 병원체를 퍼뜨리고서 0.5초 간격으로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개미끼리 서로 접촉하는 횟수가 큰 폭으로 줄어든 걸 발견했습니다.


특히 둥지 밖에서 먹이를 구해오다 병원체까지 옮길 가능성이 큰 일개미는 둥지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바깥에 머물며 둥지 내 개미들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였어요. 둥지 안 개미들 역시 둥지의 더 깊은 곳으로 이동했고요. 4일 후 연구팀이 관찰한 결과 초기 병원체에 감염된 개미들은 모두 죽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한 나머지 개미는 모두 살아남았습니다. 동물 사회가 질병 확산을 줄이기 위해 조직 운영 방식을 민첩하게 바꾼다는 사실을 규명한 최초의 과학적 연구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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