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에서 온 파란 눈의 청년은 매일 집 앞에서 허리 굽은 할머니와 마주쳤다. 여든 살 할머니는 하루의 대부분을 폐지를 주우며 보낸다. 청년은 할머니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고 싶었다. 식당에서 마주 앉은 둘은 김이 나는 청국장과 순두부찌개를 먹으며 소소한 대화를 나눈다. 할머니 집이 춥지는 않은지, 하루에 몇 시간이나 일하는지, 식사는 주로 어떻게 하는지, 어릴 적 꿈은 뭐였는지…. 무미건조하면서도 따뜻한 대화는 숟가락을 놓으면서 끝난다.
단(본명 대니얼 브라이트·29)은 영국에서 온 유튜브 크리에이터다. 친구 조엘과 '단앤조엘' 채널에 다양한 사람을 인터뷰한 영상을 올린다. 인터뷰 대상은 유명인이 아니다. 재래시장 상인, 운전기사, 폐지 줍는 노인 등 평범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영상에는 "가장 한국적인 모습"이라며 "어떤 영상보다도 감동적"이라는 댓글이 달린다. 채널 구독자는 어느새 27만 명이 훌쩍 넘었다. 최근에는 촬영 에피소드와 이 과정에서 단이 느낀 점들을 모아 책 '저 마포구 사람인데요?'를 펴냈다. 지난 5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단의 작업실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