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박정현의 오묘한 오뮤(오페라&뮤지컬) 산책] 비극적 사랑의 서사시, 베르디의 '아이다'

2020/08/21 09:27:00

이 작품은 오페라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탈리아의 음악가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1813-1901)입니다. 평생 30여 편의 오페라를 창작했는데 그 중 많은 곡과 인물, 심지어 연기까지도 훗날 오페라의 표준으로 자리 잡습니다.

베르디는 1833년에 밀라노 음악 학원의 입학 허가를 받았지만 입학하지 못하는데요. 그는  부인과 두 아이를 모두 잃는 등 큰 상처를 받은 채 생활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도움과 자신의 부단한 노력 끝에 1842년 스칼라 극장에서 <나부코>를 성공적으로 상연합니다. 그 이후 명성을 얻고 오늘날까지도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 <일 트로바토레>, <시칠리아 섬의 저녁 기도>, <가면 무도회>, <운명의 힘>, <돈 카를로스>, <오셀로>, <팔스타프> 등이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의 걸작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습니다.

<아이다>의 이야기가 탄생한 것은 아주 흥미로운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요. 프랑스의 역사학자인 오귀스트 마리에트가 고대 사원의 제단 밑에서 발굴된 남녀의 유골에 얽힌 사실에서 모티프를 얻어 쓴 이야기입니다. 이집트 파라오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오페라에서 베르디는 자신의 음악적 개성을 드러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름답고 이국적인 정서를 마음껏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이다>는 1871년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서 상연된 이래, 세계 각 지역에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또한 수많은 베르디의 오페라 가운데 상연 횟수가 가장 많고 환영받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3. 작품 관련 이야기
1) 삼각관계
라다메스는 이집트의 장군으로 에티오피아를 무찌릅니다. 그런데 그가 사랑하는 사람은 에티오피아의 공주 출신인 (현재는 이집트 공주의 노예) 아이다죠. 그리고 아이다가 모시는 이집트의 공주 암네리스는 라다메스를 좋아합니다. 이런 삼각관계의 구성은 사랑과 질투를 축으로 복잡하게 얽히게 됩니다. 세 사람의 관계에 따라 사랑과 증오가 번갈아가며 나타납니다. 다양한 인간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죠.  

2) 사랑인가? 나라인가?
아이다는 에티오피아의 공주입니다. 노예로 잡혀와 있고, 아버지인 국왕까지 포로로 잡혀 오는 기구한 운명을 갖고 있습니다. 조국에 대한 사랑이 당연히 크죠.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이 적국 이집트의 장군인 거예요. 고민이 될 수밖에 없겠죠? 사랑이냐 조국이냐에 대한 고민은 라다메스도 마찬가지예요. 사랑하는 아이다 때문에 반역을 하게 되고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데요. 낙랑공주와 호동왕자도 같은 패턴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자명고를 찢는 낙랑공주의 심정도 같았겠죠?   

3) 죽음을 초월한 사랑
결말은 비극적으로 끝이 납니다. 연인들의 사랑이 이렇게 죽음으로 끝나면 참 슬프지만 불멸의 사랑으로 승화시키기도 합니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과도 많은 부분 닮아 있기도 한데요. <아이다>의 모티브가 실제로 발견된 석굴의 남녀 시신이었고 이를 ‘사랑’과 ‘죽음’으로 연결시켜 그려내고 있는 것입니다.

4. 뮤지컬 장르로 이어지는 감동
오페라 <아이다>는 작품 자체가 갖고 있는 완성도가 높아 다른 장르로의 확장이 용이했습니다. 뮤지컬 <아이다>에는 다양한 요소를 가미하여 음악을 풍성하게 하고, 무대는 작아졌지만 밀도 있는 구성으로 큰 호평을 받습니다. 우리나라 공연에서도 장기간 흥행을 이어갔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