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거부의 아들, 문화재에 전 재산 바치다간송미술관은 간송 전형필(1906~1962) 선생이 1938년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 미술관이다. 간송은 일제 강점기 우리 문화재가 해외에 반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 재산을 바친 인물이다. 간송이 세상을 떠나고 그의 아들과 손자가 가업을 이어 유물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중문화 사업과 미술관 분관 신축 등으로 재정적 어려움이 누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간송미술관이 두 불상을 경매에 부치기로 하자 문화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일제 강점기에도 지켜냈던 간송 선생의 유품이 경매로 팔리는 것이 안타깝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지난 21일 간송미술관 측은 입장문에서 “소장품을 매각하게 돼 송구하다”는 뜻을 밝혔다.
간송은 서울에서 손꼽히는 부잣집 아들로 태어났다. 24세에는 토지 등 2645만㎡(약 800만 평)에 이르는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았다. 대대손손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규모였다. 하지만 간송은 편안한 삶을 누리는 대신 민족의 혼을 지키는 데 재산을 쓰기로 했다. 당시 일제는 우리의 식량·자원뿐 아니라 문화재도 빼앗아가고 있었다. 간송은 옛날 책과 그림, 도자기 등을 가리지 않고 수집했다. 사람들은 ‘유산을 헛되이 탕진한다’ ‘비싼 가격에 깨진 도자기나 사다니, 정신이 이상한 것 아니냐’며 손가락질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묵묵히 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