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인데 파이프가 아니라고?
"나에게 있어 '세상'은 상식에 대한 도전이다"라는 문구가 명예기자들을 맞았다. 김여은 큐레이터가 설명을 시작했다. "마그리트가 생전에 남긴 말입니다. 상식이란 한 시대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가치관이나 지식이에요. 마그리트는 항상 상식을 의심했어요. 옷·모자·돌·하늘처럼 일상에서 마주하는 대상을 낯설게 보려고 노력했죠."
어린이들은 '이미지의 배반'(1929년)이라는 그림을 재현한 파이프 조형물 앞에 섰다. 아래는 프랑스어로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유명한 작품이죠. 담배를 피울 때 사용하는 이 물건을 '파이프'라고 해요. 하지만 마그리트는 '이걸 꼭 '파이프'라고 부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돼요. 사물과 언어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아리송한 표정을 짓던 아이들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친구들은 저를 '봄'이라고 부르지만, 이 이름이 제 모든 걸 나타내는 건 아니에요. 나는 나고, 이름은 이름이죠." (봄)
새장 안에 커다란 알이 든 그림(복제화)도 명예기자의 눈길을 끌었다. 마그리트가 사물 사이의 관계에 흥미를 느껴 완성한 작품이다.
마그리트는 어느 날 아침 비몽사몽 한 눈으로 새장을 쳐다봤다. 순간 그의 눈에는 웅크린 새의 모습이 커다란 알처럼 보였다고 한다. 새장과 알은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자신도 모르게 둘을 연결짓고 있었던 것이다. 마그리트는 사물 사이의 이 같은 '관계'에 흥미를 느끼고 아침에 본 광경을 그림으로 남겼다. 민서 군은 작품을 유심히 보더니 "사소한 것도 깊이 생각하는 연습을 해야겠다"며 "사물과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