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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쓰레기로 고통받는 '거북 용왕' 친구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어요

2020/05/03 17:29:54

작가로 활동하는 초등학교 선생님은 많지만, 글과 그림 모두 혼자 작업하는 분은 흔치 않아요.

"대학원에 다니며 아동문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그러다 지난 학기에 그림책 수업을 들었는데 너무 매력적이더라고요. 마침 육아휴직으로 아기도 키우는 터였고, 내 아이와 미래의 우리 반 친구들이 볼 그림책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첫 책을 냈죠. 앗, 필명을 써서 제자들은 아직 모를 것 같네요."


그림책의 어떤 점이 그렇게 매력 있나요?

"예전에는 '그림과 글이 있는 책'이라고 단순히 생각했어요. 막상 그림책을 써 보니 그게 아니었어요. 장면 연출, 거리감, 앞 장과의 연결, 독자의 눈이 움직이는 순서까지 고려해야 하더라고요. 심지어 시선이 머무는 시간까지 철저히 계산해 글 분량을 조절함으로써 작가 의도를 전달하는 종합예술이라는 점을 깨달았죠."


이번 책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셨어요?

"코에 빨대가 낀 바다거북 영상을 보고 해양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됐어요. 자신은 쓰지도 않은 플라스틱 빨대가 코 깊숙이 박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너무 마음이 아파서 빨대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죠. 플라스틱이 썩어 없어지기까지 최소 500년은 걸릴 텐데, 장수의 상징인 거북은 평생 얼마나 괴로울까요. 이런 생각을 옛 이야기인 별주부전과 연결해봤습니다."


책 속에서 광어가 중요한 역할을 맡았네요.

"어릴 적 저희 집은 문만 열면 바다가 보이는 곳이었어요. 지금은 은퇴하셨지만 아버지께서 활어(살아 있는 물고기) 도매를 하셨어요. 한 번씩 동네 친구들과 수영하고 놀라고 수족관 한 칸을 비워주셨죠. 그럴 때마다 바닥에 광어 한 마리가 꼭 있어서 놀라곤 했어요. 그때의 강렬한 경험으로 광어를 특별하게 여기게 됐어요."


평소 반 아이들과 그림책을 자주 보셨나 봐요.

"수업 시작할 때 '생각 열기용'으로 교과와 연관된 그림책을 읽어줬어요. 해마다 꼭 아이들과 함께 보는 작품도 있어요. '너는 특별하단다'(글 맥스 루케이도· 그림 세르지오 마르티네즈)랍니다. 이 책을 읽어주면 고학년 몇몇은 안 듣는 척했지만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말에는 눈을 반짝였고요. 저학년들은 자신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그 반응이 정말 사랑스러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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