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동물표본실 수장고 문을 여는 순간, 시베리아호랑이 두 마리가 내뿜는 시퍼런 기운에 압도당했다. 몸길이가 282㎝인 코아와 244㎝인 한울 앞에 서자, 박제인 걸 알면서도 오싹했다.
우아, 호랑이 발등과 꼬리에 묻은 눈[雪] 좀 보세요. 사실적 묘사의 ‘끝판왕’ 아닌가요? 옛날 박제는 ‘가짜 티’가 났는데 말이죠.
“눈밭에 찍힌 발자국까지 표현했답니다~. 박제 디자인을 결정하고 이렇게 세밀한 작업을 마무리하기까지 1년이 걸렸어요. 작은 참새는 2주, 수달이나 늑대는 2개월이면 끝나요. 큰 포유류 두 마리를 한꺼번에 다뤘기 때문에 이번 작업엔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포유류는 보통 가죽에 붙은 살점이나 지방을 제거하는 과정이 어렵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