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29 15:35:40
"책·과자 싣고 '산타'로 변신" [신용회 보성 회천서초 교장선생님]
“얼마 전부터 난 때아닌 ‘산타’가 됐어. 12월도 아닌데 무슨 일이냐고? 따분하게 집 안에 갇혀 있을 학생들을 찾아가 책과 과자를 선물하고 있거든. 평소 아이들이 등·하교할 때 타던 통학차에 학교 도서관 책을 싣고 일주일에 두 번씩 전교생 집을 찾아가는 거야. 학년별로 30~40권을 챙겨 가면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대문 앞에 나와서 몇 권을 골라. 그러면 다음 산타 방문 때까지 심심하지 않게 지낼 수 있지. 사실 우리 학교는 학생이 모두 13명이야. 멋지지? 전교생 수는 적지만 그만큼 서로 눈빛만 봐도 통할 정도로 친해. 그래서 학교에 못 오게 돼 더 쓸쓸해 하는 것 같아 나서게 됐어. 그런데 다들 책보다 과자를 더 반기는 것 같아. 우리 학생들이 사는 동네 주변에 마트가 없어. 과자를 먹고 싶으면 멀리 있는 번화가까지 나가야 하거든. 위생 수칙을 지키느라 집 안에 들어가지 않고, 손 소독제 냄새를 풍기면서 문 앞에서 아이들을 맞았지만 다들 반가워할 때마다 뿌듯함을 느껴. 요새 구하기 어려운 마스크도 몇 장씩 준단다. 미리 공부할 수 있도록 교과서와 학교에서 보유한 태블릿 PC도 전달했어. 컴퓨터가 없는 아이가 많거든. 잠깐이지만 아이들과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대화를 나누는 게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