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에 창고 문이 열리리라
지난 12일, 북극 스발바르 제도 스피츠베르겐섬에 있는 국제종자저장고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우리나라 백두대간에만 자생하는 두메부추 등 식물 종자 10종이 이곳에 도착했기 때문이죠. 식물 씨앗이 왜 비행기를 타고 북극해까지 날아갔느냐고요? 먼 훗날 갑자기 지구에 큰 위험이 닥쳤을 때를 대비한 움직임이죠.
'운명의 날 창고'로도 불리는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는 2008년 설립된 씨앗 저장고입니다. 핵전쟁, 기상 이변 등 재앙이 닥쳐 특정 식물이 멸종했을 때를 대비해 씨앗을 보관하는 곳이죠. 저장고는 앞으로 200년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천재지변을 견디도록 설계됐다고 해요. 1년 내내 영하 18도를 유지하는 이곳에 전 세계에서 보낸 씨앗 450만 종이 저장돼 있습니다. 옥수수와 밀같이 흔한 곡식부터 멸종위기 식물까지 종류도 다양하죠. 종자저장고는 평소 굳게 닫혀 있어요. 씨앗을 외부로 뺀다는 건 어딘가에 큰일이 발생했다는 뜻이에요. 지금까지 저장고가 씨앗을 반출한 건 단 한 번입니다. 시리아 내전이 한창이던 2015년 이곳에 보관하던 종자를 빼내 시리아로 보냈죠. 내전으로 잃어버린 종자를 되살리기 위해 이곳에 저장했던 밀·병아리콩 등 종자 표본 일부를 보낸 겁니다.
우리나라에도 종자 저장고가 있습니다. 경북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시드볼트죠. 아시아 최대 종자 저장 시설로 구상나무·한라구절초 등 멸종위기 식물 씨앗을 보관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