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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인터뷰] 한국인 최초 '디즈니 수석 캐릭터 아티스트' 김미란

2020/01/22 15:34:47

김씨는 "내 그림이 누군가에게 행복을 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디즈니 동료들과 종종 소아암병동을 찾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디즈니 캐릭터를 그 자리에서 뚝딱 그려주면 치료에 지쳤던 얼굴이 환하게 피어난단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캐릭터를 보고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을 볼 때 정말 기뻐요."

"제게 그림은 산소 같아요"

김씨의 어릴 적 꿈은 의사였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대학 전공으로 생물학을 선택했다. 이후 미국 메디컬스쿨(의학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영 적성에 맞지 않았다. 방황하던 중 학창시절 미술 시간에 그림을 그리며 즐거웠던 기억이 났다. 애니메이터가 되기 위해 미국 유학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부모님에게는 미국 UCLA 미생물학과 대학원에 합격했다는 '통 큰 거짓말'을 했다. 미술을 정식으로 배운 적 없던 그는 2년제 교육 기관인 커뮤니티 칼리지에 들어가 수업을 들었다. 디즈니가 세운 예술학교 '칼아츠'에 입학하기 위해 잠자고 화장실 가는 시간만 빼고 계속 그림을 그렸다. 한 번 고배를 마신 후, 이듬해 칼아츠 합격증을 받았다.

김씨는 "지금의 '아티스트 김미란'을 있게 한 8할은 '노력'"이라고 했다. "공부든 미술이든 눈곱만큼의 후회도 남지 않을 정도로 노력했어요. 초등학교 이후로 방학이란 걸 누려본 적이 없어요. 그냥 달렸어요. 배울 것이 너무 많았거든요. 칼아츠 졸업 직전에는 학교에서 잠자고 통조림만 먹으면서 작업했죠. 지금도 그 통조림을 잘 못 먹어요(웃음)."

경력이 20년이 넘었지만 열정은 지금도 처음 미술을 하기로 맘먹은 그날 못지않다. 김씨는 "가끔은 전쟁이 나서 종이도 연필도 없이 나뭇가지로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상상을 하는데 그때마다 숨이 막힌다"며 "그림을 못 그리는 건 산소 공급이 끊기는 것과 같다"며 웃었다.

"열정이 어디서 오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을 타고난 것 같아요. 언젠가 은퇴한 후에는 저만의 세계를 담은 그림을 그려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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