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09 15:07:43
경기 고양에 있는 댁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 광화문으로 나오셨어요. 건강을 회복하신 건가요.
"가끔 이렇게 외출을 할 만큼 건강해졌습니다. 2018년 10월 길에서 넘어지면서 오른팔이 부러졌어요. 도저히 그림을 그릴 수가 없어 1개월간 연재를 쉬고 돌아왔는데, 그러고도 영 손이 떨려 작업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어떻게 하나 고민하던 차에 2019년 3월 심장 이상으로 쓰러져 입원을 했습니다. 그때는 '이제 정말 연재를 끝낼 때가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1개월 만에 건강을 회복해 지금은 많이 나았지요.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 교회에 다른 만화를 연재합니다. 컴퓨터 작업을 하기가 어려워서 손으로 그립니다."
뚱딴지 연재가 끝났다는 소식에 어른이 된 독자들도 '그립다' '추억이 생각난다'며 소셜미디어(SNS)에 댓글을 달았습니다.
"당시 온라인 반응을 아들이 보여줘서 알았어요. 흐뭇했습니다. '어릴 적 엄마가 만화를 못 보게 했는데, 뚱딴지만은 보여주셨다'고 했던 댓글이 기억에 남네요."
30년간 하시던 일이 사라져 서운하지 않으셨나요.
"아이고, 당연히 서운했지요. 특히 즐겁게 하던 일이라 더 아쉬웠습니다."
매일 아이디어를 짜고 그림을 그리느라 괴로우셨을 것 같은데요.
"초반 몇 년은 괴로웠던 적이 더 많았습니다. 매번 새롭고 재미있는 작품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심했죠. 밤잠을 못 이루고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했어요. 그러다 부담을 내려놓아야 나도 독자도 행복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세 번만 재밌는 작품을 하자'고 목표를 바꿨어요. 그랬더니 일이 너무나 즐거워졌습니다. 단행본 '뚱딴지 만화 일기'가 40만 권 가까이 팔릴 때는 성취감도 대단했습니다."
그래도 장기간 여행은 어려우셨겠어요.
"해외여행은 꿈도 못 꿨지요. 길어야 2박 3일 강원도 속초나 제주도에 가끔 갔지요. 미리 작업을 해두고요."
예전에는 뚱딴지가 이른바 '사랑의 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그런 내용이 사라졌습니다.
"그리면서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시대 흐름이 빨라지고 가치관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 작가들도 변해야 합니다. 만화 그리기는 앉아서 하는 일이라 작가들이 집에만 있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사회 소통을 자주 해야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특히 어린이 만화 작가들은 주의해야 합니다. 어린이들은 흡수력이 빨라 만화 한 컷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뚱딴지 연재 종료 이후 전하리 작가의 '땡글이'가 연재되고 있습니다.
"아끼는 후배 작가입니다. 항상 땡글이를 응원하고 있답니다."
겨울방학이 한창인데도 초등학생들은 공부하느라 바쁩니다. 만화 볼 시간이 없을 정도로요.
"안타까워요. 가끔은 만화를 보면서 머리를 식힐 필요가 있습니다. '만화의 힘'을 믿어보세요. 명랑만화를 보면서 마음을 즐겁게 하면, 다른 일도 더 잘할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