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지 중 으뜸은 ‘나야 나!’
나 쥐는 열두 동물 띠인 십이지(十二支) 중 가장 먼저 나오는 동물이지. 몸집도 작은 내가 어떻게 맨 앞에 서게 됐느냐고? 설화를 하나 들려줄게.
아주 옛날 정월 초하룻날 옥황상제가 달리기 경주를 열었어. 지상에 사는 동물들에게 하늘의 문에 도착하는 순서대로 상을 주겠다고 했지. 솔직히 자신이 없더라고. 난 다리가 짧잖아. 호랑이·개·말 같은 동물들 겅중겅중 뛰는 거 본 적 있지? 그런 커다란 동물을 내가 어떻게 이기겠어. 그래서 꾀를 썼어. 가장 열심히 연습하는 소에게 신세 좀 지기로. 역시 성실하기로 소문난 소답게 아침 일찍 일어나 길을 나서더라. 나는 소 등에 올라탔어. 그리고 소가 1등으로 도착하려는 순간에 내가 앞으로 휙 뛰어내렸어. 1등은 내 차지였지, 하하하! 소는 2등을 했어. 지금 생각하니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드는군. 어쨌든 그래서 내가 열두 동물 중 으뜸이 될 수 있었어.
발가락 개수대로 순서를 정했다는 이야기도 있어. 갑자기 발가락이 웬 말이냐고? 십이지 동물의 발가락 개수를 순서대로 살펴보면 홀수개와 짝수개가 번갈아 나와. 소는 2개, 호랑이는 5개…. 뭐 이런 식이야. 그런데 나는 좀 달라. 내 앞발 발가락은 4개고, 뒷발 발가락은 5개거든. 앞·뒷발 발가락 개수가 다른 건 열두 동물 중 나뿐이야. 음(짝수)과 양(홀수)의 기운이 조화된 유일한 동물이라는 말씀! 그래서 조상들이 나를 맨 앞에 뒀다고 보기도 해.
풍요·예지·다산의 상징
내가 달리기 경주에서 반칙으로 이겼다는 소문이 퍼져서인지, 나를 약삭빠른 동물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아. 흔히 작고 얄미운 사람에게 ‘쥐새끼’ ‘쥐방울’ 같다는 표현을 쓰는 걸 보면 알 수 있어.
하지만 조상들은 나를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보지는 않았어. 나를 ‘재물’의 상징으로 여기기도 했거든. 생각해 봐. 나는 조그만 앞니로 쉴 새 없이 이곳저곳 다니면서 먹이를 모으잖아. 부지런하게 식량을 쌓아두면 언젠가 부자가 되겠지. 그래서 쥐띠 해에 태어난 아이는 부자가 된다는 속설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