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또 어떤 좋은 사람을 만날까?"
"여행하는 동안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걱정도 됐죠. 하지만 그건 재밌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되잖아요.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떠나게 됐어요." 지구에서 가장 큰 대륙을 횡단하는 여정을 앞두고 두 사람은 예행 연습을 했다. 인천에서 집이 있는 김해까지 2박 3일간 자전거로 달리고, 나흘 동안 대만에서 모터사이클 여행도 했다. 그러나 대륙 횡단은 연습과 전혀 달랐다. 최씨는 금세 후회했다고 했다. "모터사이클에는 지붕이 없으니 날씨가 나쁘면 비 맞은 생쥐 꼴이 됐어요. 도로 위에서 먼지도 다 마시고요. 더운 날 사 먹은 음식이 상했는지 지훈이가 며칠 배탈을 앓기도 했죠."
생각지 못한 벽이 수시로 나타났지만, 두 사람은 계획보다 2개월이나 더 달렸다. 지훈이는 "좋은 사람들을 만난 덕분"이라고 했다. 러시아 부됴놉스크에서 한밤중에 갈 곳이 없어 헤맬 때는 두 사람처럼 모터사이클을 탄 아저씨들이, 폭우가 쏟아지는 이탈리아 해안에서는 마이클 형이 구세주처럼 나타나 도움을 줬다. "한국인 아빠와 아들이 모터사이클로 여행하는 게 신기해 보여서였는지, 우리가 운이 좋았는지 힘든 순간마다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 위기를 면했어요. 그러다 보니 힘들다가도 '오늘은 또 누구를 만날까?' 하는 생각에 아침마다 설레더라고요." 길 위에서 만난 인연은 아직도 이어진다. 러시아 알렉산더 아저씨와 마이클 형은 한국에 놀러 왔다 갔고, 지훈이는 천둥 번개 치는 몽골에서 게르(몽골 전통 천막집)를 선뜻 내준 헤지스렁 누나와 지금도 페이스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