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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환·승화 부녀의 특별한 마라톤 도전기

2019/11/11 15:54:51

세상 사는 법 알려주는 아빠… 든든한 길잡이 된 딸

"숨이 차올라 고비가 올 때마다 아버지께서 '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셔서 완주할 수 있었어요." "앞을 보지 못하는 나를 딸이 잘 이끌어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습니다." 승화와 이씨는 우승을 거둔 공을 서로에게 돌렸다. 대전 지역 마라톤 대회라면 모두 출전하며 달린 지 5년째에 이룬 성과다.

1994년 산업재해로 1급 시각장애 판정을 받은 이씨는 10년 전 우연히 대안학교에 강의를 하러 갔다가 마라톤을 접하게 됐다. 이 학교 학생들은 졸업하려면 반드시 마라톤을 완주해야 한다고 했다. 이씨는 학생들을 격려하면서 '나도 장애를 극복하고 달리는 모습을 꼭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다 승화가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 함께 달리기 시작하면서 오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승화는 "아홉 살 때 첫 대회를 마치고 부모님께 '가슴이 터져서 죽을 것 같아' 라고 얘기했던 게 아직도 생각난다"며 웃었다. 뛰기 싫어 아버지 뒤만 졸졸 따라다니던 승화는 이제 둘도 없이 든든한 길잡이가 됐다. "마라톤에는 중독성이 있는 것 같아요. 정말 힘들 때는 '다신 안 해야지' 다짐하는데, 어느새 다시 아버지 손을 잡고 뛰고 있더라고요. 마라톤 코스에서는 서로 가장 의지하는 존재가 돼요. 보통 3분의 1 정도 지나는 지점부터 제가 지치기 시작해요. '너무 힘들어. 포기할까?' 하면, 아버지께서 '조금만 더 뛰어보자'고 응원하세요. 그러다 결승점을 1㎞ 정도 앞두면 아버지께서 힘들어하시곤 하죠. 눈이 보이지 않아서 끝이 멀게만 느껴지니까요. 그럴 때는 제가 '다 왔어! 할 수 있어!' 외치며 이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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