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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756건’ 글꼴 저작권 분쟁에 몸살 앓는 교육계

2019/10/17 14:00:00

◇법원 ‘정황상 저작권 침해’ … 무리한 판결 지적도

문제는 법원도 교육청·학교가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내 저작권법은 글꼴 자체를 저작물로 인정하지 않는다. 글꼴을 담은 폰트파일을 저작물로 인정한다. 폰트파일을 불법으로 내려받지 않았다면,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없다. 

인천교육청에 대한 항소심 판결을 보면, 교육청·학교가 폰트파일을 불법 내려받기했다고 확정한 대목은 드러나지 않는다. 법원은 윤디자인 측이 증거로 제시한 문건이 교육청·학교 교직원에 의해 학교에서 작성된 것으로 볼 수 있고, 교육청·학교 관계자가 아니면 폰트파일을 학교 컴퓨터에 내려받기할 수 없기 때문에, 특정할 수 없는 교육청·학교 관계자가 폰트파일을 불법 내려받기했을 가능성이 있어 글꼴 저작권 위반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실제로 불법 내려받기가 있었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정황상 내려받았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죄란 것이다. 

이런 판결은 다소 무리했단 지적이다. 저작권 소송을 다뤄온 구주와 변호사(법무법인 강)는 원고(윤디자인)의 법적 부담을 덜어준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구 변호사는 “해당 판결은 글꼴이 사용된 사실 자체만으로 폰트파일에 대한 복제권과 불법 내려받기 등 저작권 침해를 인정해줬다는 점에서 원고의 입증책임을 무리하게 완화해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인해 글꼴 저작권 관련 민사소송이 증가하는 추세다”고 덧붙였다. 판결이 유사한 분쟁을 더욱 확산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단 것이다. 

◇ 정부는 예방주력 … 저작권 교육 강화·폰트 감식 프로그램 배포 

이처럼 수년째 글꼴 제작업체의 분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해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교육부 이러닝과 관계자는 “소송마다 사정이 달라 정부가 개입하기보다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저작권 분쟁 사실을 인지한 뒤 지난해 7월부터 불법 폰트파일을 가려낼 수 있는 점검프로그램 2종을 일선 학교에 배포하고, 저작권 관련 교육을 강화하는 예방적 조처를 하고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산하 저작권지원센터는 5144개 초중등학교를 대상으로 글꼴 저작권 관련 교육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저작권 분쟁에 휘말린 한 서울 시내 중학교 관계자는 “글꼴 제작업체가 일종의 저작권 침해를 빌미로 합의금을 노리거나 글꼴 라이선스를 판매하려는 저작권 장사에 나선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며 “저작권을 보호해야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간의 상황에 대해선 협의하고 개선을 할 수 있는 계도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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