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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대금업자 샤일록, 그는 왜 '악인'이 되었나

2019/10/13 17:01:37

주인공에 따라 희극과 비극 갈리는 독특한 문학

1596년~1597년 집필한 '베니스의 상인'은 오늘날까지도 셰익스피어의 작품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극으로 꼽힙니다. 이 작품이 독특한 이유는 인물에 따라 희극이 될 수도, 비극이 될 수도 있다는 데 있어요. 비극이란 개인이 거대한 힘을 가진 사회나 바꿀 수 없는 운명과 싸우다 패배하는 구조를 갖춘 문학을 뜻해요. 안토니오와 바사니오, 포셔 등 등장인물이 결말에 이르러 모두 행복해졌다는 점에선 분명히 희극입니다. 그런데 샤일록은요?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죄를 용서받기 위해 종교마저 버려야 한 걸요. 샤일록 입장에서 베니스의 상인을 읽으면 비극처럼 느껴질 거예요.

그런데도 베니스의 상인을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제 꾀에 걸려 넘어지는 이야기' 정도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맞아요. 이 작품에서 유대인 샤일록은 '악역'입니다. 베니스에 사는 기독교도는 그런 샤일록을 짐승보다 못한 인간 취급하죠. 실제 셰익스피어가 살던 시대에는 샤일록 같은 유대인을 혐오하는 정서가 널리 퍼져 있었어요. 기독교가 지배하던 중세 유럽 사회에서 유대교를 믿는 사람은 멸시와 차별의 대상이었죠. 유대인이 토지를 소유하거나 공직에 임명되는 것도 금지했다고 해요. 샤일록은 이런 문화적 배경에서 탄생한 악역이고요.

셰익스피어가 유대인을 비난하고자 이 작품을 쓴 건 아니에요. 샤일록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억울할 만한 장면도 많이 보여주거든요. 현명한 여인으로 그려지는 포셔도 다르게 생각하면 제멋대로 법정을 가지고 논 인간이 될 수 있죠. 셰익스피어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 있습니다. 여러분도 각 인물의 편에 서서 옳고 그름을 따져보세요.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가 한 뼘 더 넓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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