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약사, 밤에는 아이돌
"유튜브계 방탄소년단요? 너무 부담스러워요. 그냥 제가 좋아서 하는 건데요, 뭐."
지난 20일 오후, 경북 경산에서 만난 고씨가 민망하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영상 속 '핵인싸(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을 가리키는 신조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알고 보니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이란다. "제 채널 구독자의 70% 정도는 케이팝을 좋아하는 외국인이에요. 외국 나가면 사진 찍어달라는 팬을 자주 만나죠. 한국에서는 알아보는 분이 별로 없어요. 그나마 다행이죠. 주목받는 게 부담스럽거든요, 하하."
아이돌 안무를 기막히게 따라 하는 모습을 보면 전문 댄서 같지만 본업은 약사다. 고등학생 때까진 공부밖에 몰랐다. 전교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우등생이었다. 춤이라곤 생전 춰본 적 없던 고씨가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는 우연히 참여한 동영상 공모전이었다.
"2015년엔가 전국약학대학대학생협회에서 주관하는 동영상 공모전에 참가했어요. 그땐 선배들이 시켜서 억지로 나갔죠. 과 동기들이랑 빅뱅의 '판타스틱 베이비'에 맞춰 춤추는 영상을 찍었어요. 막상 하니까 되게 재밌는 거예요. 춤 맛에 빠진 거죠."
등 떠밀려 나간 대회에서 덜컥 1등을 해버렸다. 그렇게 춤의 매력에 빠진 고씨는 유튜브에 댄스 영상을 하나씩 찍어 올렸다. 채널은 5년간 꾸준히 성장했다. "방탄소년단이 등장하면서 세계적으로 케이팝 붐이 일었잖아요. 그 덕분에 제 채널 구독자 수도 급상승했죠. 고맙습니다, 방탄소년단(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