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바닷속 괴생명체
때는 1866년. 바다에서 괴생명체를 목격했다는 소문이 세계 각국에 퍼지기 시작했어요. 목격담은 제각기 달랐어요. 괴생명체가 바다를 떠다니는 암초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엄청난 크기의 고래라고 확신하는 이도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영국 여객선인 스코티아호가 괴물과 충돌해 부서지는 사고가 발생해요. 해양생물학자인 피에르 아로낙스 교수는 괴물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링컨호에 몸을 싣습니다. 그의 조수인 콩세유와 작살을 잘 다루는 네드도 동행해요.
북태평양을 이 잡듯 뒤지던 아로낙스 일행은 드디어 괴물과 만납니다. 그간 교수는 괴물이 커다란 뿔을 가진 일각고래일 것이라 생각했는데요. 이게 웬걸! 괴물은 고래가 아닌 엄청난 크기의 잠수함이었어요. 이어 잠수함을 직접 설계한 네모 함장과 만나죠. 함장이 알려준 잠수함 이름은 '노틸러스호'. 길이 70m·폭 8m에 최대 시속은 90㎞에 달하는 당시로서는 엄청난 기술력으로 제작된 잠수함이었어요. 아로낙스 일행은 잠수함을 타고 해저 곳곳을 탐험합니다. 제아무리 신비로운 바닷속 세상이라도 육지 생활만 못했나 봅니다. 네드는 노틸러스호에서 나가자고 제안해요. 아로낙스 일행은 갖은 고난 끝에 탈출에 성공한답니다.
상상력 산물… 우리나라에 최초로 소개된 과학소설"이 배에는 강력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게다가 온갖 종류의 일에 적합한 동력이 있습니다. 모든 일은 그것에 의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열과 빛을 공급해주는 기계의 '영혼'입니다."
네모 선장이 아로낙스 일행에게 노틸러스호를 소개하는 대목입니다. 노틸러스호는 열과 빛을 동력으로 삼아 나아가는 잠수함이에요. 놀라운 사실은 소설의 배경이 19세기라는 점입니다. 당시만 해도 노틸러스호처럼 완벽한 기능을 갖춘 잠수함이 없었거든요. 오늘날의 원자력 잠수함을 떠올리게 하는 노틸러스호는 풍부한 상상력의 산물이었답니다. 세계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은 1954년 미국에서 개발됐어요. 이 잠수함의 이름이 바로 '노틸러스호'예요. 베른의 상상력이 현실이 된 셈이죠.
해저 2만리가 흥미진진하기만 한 모험담은 아니랍니다. 베른은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소설에 담았어요. 복수를 꿈꾸며 노틸러스호를 개발한 네모 함장을 통해 과학기술이 악용되는 경우의 위험을 보여주죠. 이로써 독자들은 과학기술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면 파괴적일 수 있다는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해저 2만리는 우리나라에 소개된 최초의 과학소설이기도 해요. 태극학보 1907년 3월호에 '해저여행'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실렸죠. 장르는 기이한 이야기를 뜻하는 '기담(奇譚)'이었어요. 100여 년 전 베른의 상상력은 유럽을 넘어 우리 선조도 놀라게 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