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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인터뷰] 장미란 고교 기록 깬 16세 박혜정 양

2019/08/28 15:23:58

첫 테스트 때 25㎏ 바벨 번쩍… 코치도 깜짝

혜정이는 지난 6월 중고역도연맹대회에서 합계 255㎏(인상 108㎏, 용상 147㎏)을 들어 올렸다. 한국 역도 여자 중학생 신기록이었다. 베이징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장미란은 고2 때 235㎏을 들었다.

"아쉬워요. 더 들 수 있었는데. 코치님은 무리하지 말자면서 3차 시기를 기권하자고 하셨어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들어보면 또 신기록이 나올 것 같았는데…. 용상 147㎏은 살짝 가볍게 느껴졌거든요(웃음)."

혜정이는 남보다 늦은 중학교 1학년 때 역도를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장미란 선수 경기 영상을 봤어요. 베이징올림픽 결승전이었어요. 장미란 선수가 몇백 ㎏짜리를 들어 올리는데 제 가슴이 막 뛰었어요."

그렇게 한순간 역도에 마음을 뺏겼다. 부모를 설득한 다음, 직접 안산시체육회에 찾아가 역도를 배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안산시체육회는 혜정이가 지역 내 역도 명문인 선부중학교로 전학하도록 도왔다.

"첫 테스트 때 코치님이 제게 25㎏짜리 바벨을 들어보라고 했어요. 한 번에 번쩍 들어 올렸죠. 코치님이 깜짝 놀라시는 거예요. 알고 보니 봉을 어깨에 올린 다음 하체 힘을 이용해서 천천히 들어야 하는 거였어요. 힘이 장사라고 좋아하시긴 했어요."

"파리올림픽서 금메달 따는 상상해요"

뒤늦게 시작했지만, 악바리 근성으로 매일 바벨을 들었다. 실력도 나날이 늘었다. 지난해 5월 처음 출전한 소년체전 여중부 최중량급 경기에서 총 229㎏을 들었다. 압도적 1위였다. 6개월 뒤 열린 전국 중등부 역도경기대회에선 합계 246㎏으로 또 1위를 차지했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신기록 잔치가 이어졌다.

"이번 방학 때 운동을 하루도 안 쉬었어요. 지난 주말에 코치님이 고생했다고 하루 휴가를 주셨어요. 막상 쉬려니까 너무 불안한 거예요. 집에서 복근 운동하고 동네 뒷산도 올랐어요. 역도 할 때 마음이 가장 편해요."

혜정이의 키는 175㎝, 몸무게는 124㎏이다. 웬만한 프로 선수 부럽지 않은 건장한 체격이다. 혜정이는 "역도 하기 딱 좋은 몸이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요즘 살을 빼느라 오후 6시 이후로 안 먹어요. 원래 128㎏이었어요. 그땐 몸이 조금 둔했죠. 121㎏까지 뺄 거예요. 역도를 더 잘하고 싶어서요."

인터뷰 내내 '역도밖에 모른다'고 말하는 소녀의 꿈이 궁금해졌다. "우선 오는 10월 평양에서 열리는 아시아주니어 역도선수권대회에서 신기록을 세울 거예요. 3년 뒤 아시안게임,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 금메달을 목에 걸고 공항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매일 상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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