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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님, 풍년인데 왜 농민들은 속상해하나요?

2019/07/30 15:36:16

문음표: 얼마 전 뉴스에서 농민들이 양파 밭을 트랙터로 갈아엎는 걸 봤어요. 풍년이면 좋은 일인데 왜 그러는 거죠?

박사님:
양파값이 말 그대로 '폭락'했기 때문이란다. 작년만 해도 도매시장에서 양파 한 망(20㎏)이 1만3160원이었는데, 올해는 8400원으로 뚝 떨어졌어. 지난겨울과 봄 날씨가 워낙 좋았던 덕에 양파 생산량은 많이 늘었는데, 소비는 그대로니 값이 내려간 거지. 마늘도 마찬가지야. 기상 여건이 좋아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깐마늘 역시 1㎏ 도매가격이 1년 전(5737원)보다 29.8% 하락한 4030원에 거래되고 있어. 이런 현상을 '풍년의 역설'〈키워드 참고이라고 한단다(가격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상품 기준).

문음표: 그럼 싸게 팔면 되잖아요!

박사님:
물론 그럴 수 있지. 하지만 보통 양파 한 망에 생산원가(종자비·비료값·인건비·유통비 등 포함)가 9000원에서 1만 원 들어간다고 해. 지금 시장가격으로는 팔아봤자 생산비도 안 나와. 팔면 팔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는 셈이지. 그러니 속상해도 수확하지 않고 갈아엎어 버리는 거란다.

문음표: 흑~ 농민들의 상심이 클 것 같아요. 왜 농산물 가격은 마음대로 조정이 안 되는 거죠?

박사님: 이건 농산물 수요와 공급의 '비(非)탄력성' 때문이란다.

문음표: 비탄력성요? 으아! 너무 어려워요. 좀 쉽게 설명해주세요.

박사님:
아이코, 미안! 예를 들어보자. 공장에서 만드는 물건은 가격이 내려가면 보통 수요가 증가하지? 가격이 높아지면 사는 사람이 적어지고. 이런 걸 수요와 공급의 '탄력성'이라고 한단다. 하지만 농산물은 달라. 값이 내려가도 수요에는 큰 변화가 없지. 우리가 쌀값이 떨어졌다고 하루 세 끼 먹던 밥을 다섯 끼로 늘리지 않고, 반대로 쌀값이 올랐다고 세 끼를 한 끼로 줄이지도 않잖아. 더구나 농산물은 자라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급량을 마음대로 조정하기 어렵단다. 수요와 공급이 탄력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에서 '비탄력성'이라고 하는 거야. 그러니 농산물은 물량이 조금만 많아도 가격이 폭락하고 적으면 폭등하는 거란다. 이제 좀 이해가 됐을까?

문음표: 아, 그렇군요. 그럼 양파와 마늘 가격을 안정시킬 방법은 없나요?

박사님: 없진 않아. 먼저 공급을 줄이는 방법이 있어. 너무 많이 생산된 농산물이 모두 시장에 나오면 가격이 폭락하니까 정부에서 일정량을 사들여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창고에 보관했다가 나중에 시장에 내놓는 거야. 아깝지만 산지에서 폐기해 공급량을 줄이는 방법도 있지. 그러나 이런 방식에는 한계가 있단다. 수확량을 예측하기도 어렵고, 정부가 쓸 수 있는 예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모든 농산물을 사들여 가격을 통제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문음표: 농가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박사님:
당연히 있지! 땀 흘려 재배한 농민들을 생각하며 양파랑 마늘을 활용해 요리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거야. 너희는 그거면 충분하단다!

: 풍년(豊年)의 역설

기상 여건이 좋아 농산물 생산량은 많이 늘어났지만 수요는 그대로여서, 오히려 농산물 가격이 내려가고 농가 소득이 줄어드는 현상.

도움말=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림축산식품부, 전남 무안농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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