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24 15:53:49
생애 첫 기억도 물속에서부터
오픈워터는 바다와 강 등에서 치르는 장거리 수영 종목이다. 비바람, 높은 파도 등 기상 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5·10·25㎞를 질주해 마라톤 수영으로도 불린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어요. 완주해야 한다는 마음뿐이었죠. 지난 1년 동안 이 경기만을 향해 달렸거든요. '포기'라는 선택지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어요."
비돗은 마지막 주자로서 수영하던 순간을 밝은 얼굴로 회상했다. 오픈워터 경기에서는 1위와 기록이 30분 이상 차이 나면 시간 초과로 실격된다. 이미 실격 상태라 승부의 의미는 없어졌고, 뒤에는 포기자를 위한 보트가 따라오고 있었다. 다친 다리의 통증이 괴로웠지만 수영하는 내내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을 부모님을 떠올렸다고 한다. '2시간 21분 26초 738'. 경기에서는 꼴찌로 들어왔지만 비돗은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
비돗이 헤엄치기 시작한 것은 태어난 지 두 달 반을 갓 넘겼을 때다. 수영 선수 출신인 어머니와 현재 세이셸 수영연맹 회장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레 물과 가까워졌다.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어린 시절부터 바다에 있었어요. 물과 바다를 너무 사랑해서 집에도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았죠. 아마도 수영은 제 운명이었나 봐요."
비돗은 어릴 때부터 타고난 수영 선수로 주목받았다. 친구들은 그를 '아쿠아맨'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국가대표 자격은 쉽게 얻은 것이 아니다. 비돗은 일주일 중 하루를 빼고는 매일 고된 훈련을 반복한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새벽 5시부터 특별 훈련도 추가했다. 힘든 일정에 진이 빠질 만도 하지만 비돗은 반에서 공부로 늘 3등 안에 드는 모범생이다. "수영을 한다고 공부를 소홀히 하는 건 싫어요. 둘 다 잘 해내고 싶죠. 지금은 한국에 있느라 학교를 빼먹고 있네요. 돌아가면 해야 할 공부가 많겠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