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02 10:13:30
◇ 10명 중 3명은 “민간 취업 원해”
이처럼 시험합격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공시생 일부는 기업 취업을 도전하고 싶어한다. 지난해 서울산업진흥원이 공시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30.6%가 공무원시험을 그만두고 기업으로 진로를 변경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특히 30대에 접어든 공시생의 비율(32%)과 2년 이상 공시생(34.2%)의 비율이 높았다.
그렇지만 기업으로의 진로 전환도 녹록지 않다. 공시생 스스로도 어려움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가운데 37.8%는 진로 변경 시 경쟁력이 없다고 답했다. 수험생활이 민간기업 취업에 걸림돌이 됐다는 인식이 큰 셈이다. 특히 인턴십 등 기업 실무를 경험한 바가 없고(34.7%), 자신감·도전의식이 부족(25.4%)하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기업의 직무지식(19.3%)과 인적 네트워크(14.2%)가 부족하다는 응답도 있었다.
실제 이들이 수험생활을 하는 동안 다른 구직자와의 ‘취업역량’ 격차는 커진다. 이른바 ‘스펙’이 턱없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민간기업 구직자들이 영어점수를 만들고, 취업을 위해 각종 공모전에 참여하거나 수상실적을 쌓는 동안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토익이나 토플 등 영어점수를 만드는 기간만 적어도 6개월여는 필요하다는 게 공시생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취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했다. 59.1%가 참가 의사를 밝혔다. 직무 분야별 기초실무역량(64.4%), 문제 분석·해결 능력(45%), 대인관계·비즈니스 매너(33.3%), 의사소통 능력(30.4%) 등의 교육을 원했다.
◇ 공시생 적체, 사회적 비용 손실 22조
사회적으로도 이들의 기업 진로 전환은 시급한 상황이다. 매년 공시생 규모가 크게 늘고 있어 적체현상을 빚고 있다. 지난해 한국국정관리학회의 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 공시생 인구는 44만명에 달했다. 청년인구(만20세~29세)의 6.8%에 달하는 규모다. 게다가 지난 2017년 현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17년 당시 공시생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기회비용 손실은 21조7689억원에 달했다. 당시 연구에선 공시생 규모를 25만7000명으로, 공시생 1인당 연간 지출액을 1800만원으로 상정했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공시생 규모와 물가 등을 고려하면 기회비용 손실액이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시생의 기업 진로 전환을 지원하는 기관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서울산업진흥원과 노량진이 위치한 동작구청 정도가 유일하다. 특히 동작구청은 올해 공시생의 진로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4월부터 청년일자리센터(센터)를 열고 공시생 멘토링 등을 진행하고 있다. 4월 1000명 수준이던 이용자 수는 5월 2200명으로 급등했다. 하루에만 100여명 이상의 공시생이 센터를 찾고 있고, 6월 필기시험이 끝난 뒤 상담 사례가 더 증가하는 추세다.
센터는 찾아오는 공시생을 위해 취업상담과 훈련 등을 병행하고 있다. 공시생 생활을 경험한 뒤 기업으로 진로를 변경한 이들을 상담사로 채용해 공시생의 실제 어려움을 듣고 조언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곳에서 상담사로 일하는 김대찬(35)씨는 “2년 반 동안 세무 관련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다 포기하고 취업을 택했다”며 “수험생활을 하다 기업에 취업하려면 갖춰진 게 없어 경쟁이 어렵다 보니 취업에 유리한 자격증을 취득하는 방향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무원시험을 포기하고 기업 취업을 생각할 당시엔 이런 제도나 센터가 없어 어려움을 겪어 공시생의 고민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산수 센터 총괄매니저는 “상담을 하다 보면 눈물을 보이는 공시생도 간혹 있다”며 “사회문제가 된 청년 실업과 공시생 적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거주지에 상관없이 모든 청년이 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