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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소심해 걱정이라고요? "소심함 지적 금물… 성격 바꾸려 하지 말고 인정해줘야"

2019/07/01 15:29:52

"우리 아이는 잘 삐치고 소심해서 무슨 말을 못 하겠어요. 아직은 유치원생이라 이해하려고 하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그러면 어떡하나 걱정이에요. 워낙 예민한 아이라 상처를 많이 받을까 싶어서요."

상담을 요청한 부모들의 사연입니다. 모두 '아이가 소심해 걱정'이라는 겁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각종 걱정을 떨치기가 어렵지요. 하지만 '아이를 걱정하는 부모의 말'이 아이를 위축시키고 성장을 방해할 수 있으니 잘 살펴봐야 합니다.

"그게 울 일이야?"… 아이에게는 울 일입니다

부모들이 생각하는 소심한 아이의 특성은 어떤가요? 대범하지 않고, 뒤끝이 오래가며, 걸핏하면 상처받고, 사회성이 부족하죠? 그러니 큰일을 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에 걱정이 듭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소심한 성격을 마치 비난받을 만한 요소로 규정짓는 것은 아닌지 돌아봅시다. 소심한 성격은 하나의 특성일 뿐인데 말입니다.

"너 또 삐쳤어?" "그게 울 일이야?" 이런 말이 오히려 아이 성격을 왜곡합니다. 소심하다고 생각되는 아이에게는 이런 말이 울 일이고 삐칠 일이며 며칠 동안 입을 닫게 만드는 일이거든요. 대범하지 않은 아이는 조심스럽게 대하면 됩니다. 소심한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면 아이한테 소심하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 됩니다. "소심하다"는 말을 하는 순간 부모의 부정적인 느낌이 아이에게 전달됩니다.

소심한 아이는 모든 일을 대충 넘어가지 않고 대충 듣지도 않죠. 말에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그러므로 소심한 아이에게는 '걱정한다'는 말도 삼가는 편이 최선입니다. 지나치게 칭찬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보다는 단점을 지적하는 말을 최소화하는 편이 현명합니다.

"그 성격으로 친구를 잘도 사귀겠다"

초등학교 5학년 예지는 또래에 비해 체격이 작고 목소리도 작습니다. 예지는 엄마 말에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하루는 엄마가 너무 서운한 말을 해서 울었는데 엄마가 느닷없이 '그런 성격으로 학교 잘도 다니겠다, 친구들은 네 성격 절대 안 받아줄걸' 하며 모든 문제를 제 성격 탓으로 모는 거예요." 그 후 예지는 친구와 문제가 생기면 '그럼 그렇지. 내가 무슨 친구를 사귀겠어?' 하며 원인을 자신의 성격적 결함으로 돌렸습니다. 그렇게 친구를 사귀는 일을 두려워하는 아이가 됐죠. 엄마 말이 '낙인 효과'를 불러온 겁니다.

주변에 소심한 아이들은 꽤 있습니다. 부모는 그런 아이를 어떻게든 바꿔주고 싶어 합니다. 어디서든 대범해야 아이 인생이 활짝 필 것 같기 때문이죠. 그러나 중요한 건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자신감을 불어넣는 일입니다.

예지에게도 사실 부모의 격려가 필요했죠. 그래서 예지 엄마에게 "그런 성격으로…"라는 말을 하지 말고 무엇이든 잘할 때마다 지나가듯이 또는 무심한 듯 칭찬을 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소심한 아이일수록 오히려 지나가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든요. "우리 예지는 찬찬하고 꼼꼼해서 한번 한 일은 엄마가 따로 점검할 필요가 없어."

이 정도의 격려면 충분합니다. 평범한 처방이었지만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늘 구부정하던 어깨가 펴졌고 그와 함께 신체적 성장까지 이뤄졌습니다.

소심한 아이를 세심하게 키우는 부모의 말

"너 그 성격 고쳐. 소심하기는."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을 이렇듯 너무 쉽게 해왔다면, 이제부터 아이를 크게 키우는 말을 해봅시다. "저리 가 있어"보다는 "엄마가 보고 싶어서 왔어? 그런데 지금 엄마가 일을 마저 해야 하거든. 잠깐만 기다릴 수 있어?" 하면 섬세한 아이는 빨리 알아듣습니다.

아이의 타고난 기질과 성격은 부모라는 환경에 영향을 받습니다. 아이가 '인정하고 이해해주는 부모'라는 환경을 만나면 공감 능력이 풍부하고 이해심 있는 사람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늘 위축되고 왜곡된 사람이 됩니다.

소심해 보이는 아이에게는 세상을 세심하게 읽어내는 탁월한 능력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꼼꼼하다, 침착하다, 신중하다, 생각이 깊다, 배려심이 있다, 욱하지 않는다' 등 아이 내면의 장점을 자꾸 이끌어내야 크게 키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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