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끔한 주사 대신 알약 하나로 해결한다고?
현재 사용하는 주사기는 1853년 프랑스에서 개발됐다. 약을 삼키지 못하는 환자도 치료할 뿐 아니라 약물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 의학 기술이 발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5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질병 치료에 가장 활발하게 쓰이는 주사기를 이제는 먹는 시대가 왔다.
지난 2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학교 의대 공동 연구진은 알약 형태의 '먹는 인슐린 주사제'를 개발했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먹는 인슐린 알약은 지름 5㎜가량의 콩알만 한 크기로 인슐린과 주삿바늘이 들어 있다. 알약 여러 개가 담긴 캡슐을 삼키면 캡슐은 위산에 녹아 사라지고 주삿바늘이 위벽에 달라붙어 인슐린을 주사한다. 통증은 느껴지지 않는다. 연구진은 돼지에게 주사제를 먹이는 실험에서 성능을 검증했다.
로버트 랭거 MIT 코흐통합암연구소 교수는 "알약을 거북 등딱지 모양으로 설계해 체내에서 뒤집히지 않고 위벽에 정확히 주사할 수 있게 했다"며 "인슐린뿐만 아니라 다른 치료제에도 폭넓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삿바늘로 약물 투입하는 건 옛말! 이젠 '빛'으로 대신한다
성장 속도가 느린 어린이에게 주로 처방되는 성장호르몬이나 당뇨 환자에게 필요한 인슐린은 주기적으로 주사를 맞아야 하는 약물이다. 최근 우리나라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빛 감지 생체 이식 장치'는 빛을 쪼여 약물을 투여하는 방법으로 이러한 불편함을 줄여준다. 지난달 23일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이 장치는 최대 가로 7㎝·세로 2㎝·폭 0.5㎝ 이하 크기의 칩으로, 여러 개의 약물 저장소를 담고 있다. 장치를 몸 안에 이식하고 피부 밖에서 빛을 쏘면 일정량의 약물이 터져 나와 흡수된다. 장치 안에는 특정한 빛(근적외선)과 만나면 자동으로 터지는 약물 주머니가 담겼다. 이 장치가 상용화되면 간단한 이식 시술을 거쳐 편리하게 빛을 쬐는 것만으로 주사를 대체할 수 있게 된다.
연구를 이끈 최영빈 서울대학교 의공학과 교수는 "스마트폰보다 작은 휴대용 기기를 이용해 약 5초간 빛을 쏘기만 하면 된다"며 "오랫동안 반복해서 주사를 맞아야 하는 환자들이 편리하게 치료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