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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공연계는 지금 '젠더 프리 캐스팅' 중

2019/06/03 15:12:12

'젠더 프리 캐스팅(gender-free casting)'이 공연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젠더 프리 캐스팅이란 배우가 성별에 상관없이 배역을 맡아 연기하는 것을 말한다. '여자는 약한 존재야' 혹은 '남자라면 용감해야지' 하고 성 역할을 구분 짓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는 취지로 시작됐다. 뮤지컬 로빈슨 크루소는 국내 아동극 최초로 젠더 프리 캐스팅을 도입한 작품이다. 쓰레기로 가득 찬 무인도에 온 주인공이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깨닫는 이야기로 각색했다. 제작사인 문화공작소 상상마루의 엄동열 대표는 "모험의 상징인 로빈슨 크루소가 굳이 남자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어린이들이 고정된 성 역할에 갇히지 않고 자기만의 인격과 개성을 가진 어른으로 자라기를 바란다"고 했다.

성인 공연계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젠더 프리 캐스팅을 시도했다. 2015년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는 극 중 '헤롯' 역을 배우 김영주가 맡으며 세계 최초로 여성 '유대 왕'이 탄생했다. 올해 초 폐막한 창작 뮤지컬 '광화문 연가'에서는 부부의 인연을 맺어준다는 전설 속 늙은이 '월하' 역을 남녀가 번갈아 연기했고, 지난 4월 막을 내린 판소리 뮤지컬 '적벽'에서는 여자 배우가 삼국지 속 장수 역할로 분해 화제가 됐다. 실제 출연하는 배우들도 이 같은 변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뮤지컬 '로빈슨 크루소'에서 주인공을 맡은 배우 이현지는 "처음에는 성별이 정해지지 않아 어색했지만 곧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게 됐다"며 "남배우 혹은 여배우가 아닌 그냥 '배우'로서 비치는 것 같아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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