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30 16:39:24
19살에 한반도 바다에서 싸운 삼촌
"이곳 지형이 마치 화살처럼 생겨서 '화살머리고지'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여기 국군과 유엔군의 유해 약 300구가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미군 유해가 19구, 프랑스군 3구, 나머지는 한국 병사입니다. 유해가 소중한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장병들이 노력하겠습니다." 남북공동유해발굴 TF의 문병욱 대령이 초소(GP)에서 화살머리고지를 내려다보며 설명했다.
화살머리고지는 백마고지와 더불어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1953년 네 차례에 걸쳐 남북은 고지를 탈환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 결국 국군과 유엔군이 승리했지만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난달 1일부터 이곳에서 유해 발굴 작업이 시작됐다. 지난해 남북 9·19 군사 합의에서 남북이 함께하기로 했지만, 공동 작업은 무산되고 우리 측만 단독으로 작업 중이다. 현재까지 57구의 유해가 발굴됐다. 국적을 확인하기까지는 최대 1년이 걸린다. 유해 외에도 철모와 방독면, 수통(물통), 판초 우의(우비) 등 군인들이 지녔던 유품도 2만3000여 점 나왔다.
화살머리고지 GP에 오른 유가족들은 치열했던 전투 현장을 향해 헌화하고 1분 동안 묵념했다. 결혼 후 2년 만에 남편을 잃은 조 레이너트(85)씨는 "그가 마지막으로 있었던 장소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기쁘다"며 "6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유해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미 투즐리(58)씨도 철망 사이로 보이는 북쪽을 한동안 응시했다. "삼촌이 해군에 자원 입대했다가 6개월 만에 실종됐어요. 그때 삼촌은 불과 19살이었죠. 삼촌 유해는 북쪽에 있어서 지금은 찾을 수 없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언젠가 내 손자라도 삼촌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손자가 지금은 18개월인데 더 크면 삼촌의 희생에 대한 이야기를 꼭 해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