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15 14:57:00
“한국사는 많은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분야예요. 그나마 역사에 관심을 둔 학생이라 해도 머릿속에 든 개별 지식을 시기별로 연결하는 능력은 부족하죠. ‘어떻게 하면 이이들에게 역사를 좀 더 재밌게 알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평소 즐기던 카드게임이 눈에 들어왔어요.”
이 교사가 말했다. 그는 지난해 조선사와 카드게임을 접목한 ‘고아나’를 개발해 수업시간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고아나는 19세기 후반 서구에서 조선을 가리킬 때 쓰던 말인 ‘고요한 아침의 나라’를 줄인 말. 이 교사는 “조선시대를 고른 이유는 드라마를 통해 한 번쯤 접했을법한 인물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게임 방식은 이렇다. 참가자들은 가장 먼저 조선시대 인물과 업적, 유산 등이 담긴 51장의 카드를 임의로 섞어 나눠갖는다. 이후 시대순 또는 동시대별로 카드를 바닥에 늘어놓는데, 손에 쥔 카드를 모두 내려놓으면 이긴다.
“카드에는 아이들이 역사의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0부터 11까지 시대를 나눠 적고 간략한 설명을 덧붙였어요. 혹시나 잘못된 사실을 전달할까봐 일년동안 내용을 꼼꼼하게 검토했죠. 역사 서적도 뒤져보고 현직 고등학교 교사이자 EBS에서 역사를 강의하는 분께 감수도 부탁했어요.”
학생들이 수업뿐 아니라 짧은 쉬는시간에도 즐길 수 있도록 10분 내에 게임이 끝나도록 구성했다. 덕분에 고아나는 교실에 갖다 둔 게임 가운데서도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다. 이 교사는 “미세먼지가 심해 실내에만 머물러야 하는 날에 특히 인기 만점”이라며 웃었다. 게임을 한 뒤로 학생들의 한국사 지식도 쑥쑥 자랐다. 일부 학생들은 교사에게 카드 속 인물에 대해 추가로 궁금한 점을 묻기도 한다. 게임을 하면서 키운 집중력과 순발력은 덤이다.
이 교사의 특별한 수업은 마술을 활용해서도 이뤄진다. 전국교사마술교육연구회(스텝매직) 소속인 이 교사는 지난 2017년 ‘퀸 오브 매직 콘테스트(Queen of magic contest)’ 교육 마술 부문 최고 상을 받을 정도로 마술 실력이 뛰어나다. 당시 그는 스케치북에 ‘멍멍’ ‘왈왈’ 같은 의성어가 글자로 나타나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국어 시간에 소리글자인 한글의 특징과 의성어 표현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기획한 마술이다.
“‘하루에 단 한 과목이라도 기존과 다르게 해보자’는 마음을 가져보세요. 그 한 시간이 학생에게 큰 파장을 일으킵니다. 아이들의 긍정적인 반응, 성장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 교사의 목표도 커져요. 한 과목에서 두 과목, 두 과목에서 세과목으로 특별한 수업을 이어나가게 됩니다.”
◇사진사로 변신하는 학생들…감수성·창의력 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