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심은 케일에 배추흰나비가 알 낳고 갔으면"작년에는 수박이랑 옥수수를 키웠어요. 제일 작은 건 주먹 두 개를 합친 것만 했고, 어떤 건 제 머리 크기만큼 자랐어요. 교실에서 친구들이랑 잘라 먹었는데 맛이 끝내줬어요." 물을 받던 조소연(3학년) 양이 말했다.
학생들은 1년 동안 수시로 텃밭을 오가며 직접 심은 작물에 물을 주고 잡초를 뽑는다. 과일과 채소가 자라는 것을 관찰하고, 열매를 맺기까지 얼마나 많은 관심이 필요한지 알아가는 과정이 모두 교육이다. 시간이 지나면 전교생이 나눠 먹고도 남을 양의 열매가 열린다. 쉬는 시간 배고플 때 따먹거나 급식 메뉴로 요리해 먹는다. 평소에는 가지, 고추 같은 채소들을 먹기 싫어하던 아이들도 직접 재배한 것은 기꺼이 입으로 가져간다.
교과서에 나오는 곤충을 관찰하려고 잎채소를 심기도 한다. 이민후(3학년) 군은 케일을 심었다. "과학 선생님이 배추흰나비는 케일에 작고 노란 알을 낳는대요. 케일에서 알을 발견하면 사육장에 넣어서 배추흰나비가 될 때까지 키운 다음에 풀어줄 거예요."
곤충과 식물 가득한 '보물 창고' 뒷산텃밭 활동을 마친 학생들은 생태 공원이 마련된 뒷산으로 뛰어갔다. 이곳에는 해먹·그네 등 놀이기구가 설치됐다. 아이들은 점심 시간, 쉬는 시간 등 틈날 때마다 올라가 숨이 차게 뛰어논다. 가을에는 미니 버섯재배장에서 다 자란 버섯을 따다가 집에서 요리해 먹기도 한다. 혼자 시간을 보내기에도 제격이다. 이민혁(4학년) 군은 "화가 날 때 가끔 기분 풀러 뒷산에 올라가고는 한다"며 "아무도 없을 때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는다"고 했다.
수업 시간에는 '살아있는 교과서'가 된다. 과학 교과서나 영상에서 봤던 생물의 모습을 산에 올라가 눈으로 확인한다. 미술 시간에는 '만점'짜리 재료가 널린 보물 창고로 활용된다. 나뭇잎과 가지들, 꽃잎, 열매를 모아 작품을 만들고 종이 위에 본을 뜬다. 과학 담당 남궁필선 선생님은 "아이들이 교실에만 있을 때보다 훨씬 활력이 넘치고 수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려고 한다"며 "자연스럽게 생태 감수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산 아래 사육장에는 토끼 7마리와 닭 4마리가 산다. 뒷산에서 내려오던 아이들은 풀을 한 움큼씩 따 토끼에게 갔다. 겁 없이 한 손으로 토끼를 들어 올리더니 풀을 먹였다. 한 달 전에는 닭이 낳은 알에서 병아리 3마리가 태어났다. 이 동물들은 학생들이 다 함께 돌보는 '공동 반려동물'이다. 동물을 무서워하던 아이들도 직접 끼니를 챙겨주고 배설물을 치우면서 책임감을 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