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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글씨에 시큰둥한 남자아이들

교실에서 남자아이들을 살펴보면 예쁜 글씨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합니다. 그저 글씨처럼 보이면 만족하지요. 그래서 드물지만 글씨를 잘 쓰는 남자아이들을 보면 어디인지 모르게 조금 달라 보입니다. 하지만 아들의 글씨가 별로 보기에 좋지 않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남자아이들이 글씨를 못 쓰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손가락 근육 같은 소근육 발달이 여자아이들보다 느리기 때문입니다. 종이접기를 할 때 보면 여자아이들은 깔끔하게 잘 접는데, 남자아이들은 대충대충 접습니다. 아직 손가락 근육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서지요. 둘째는 심리적인 이유입니다. 대부분 남자아이가 대충대충 쓰더라도 알아보기만 하면 될 뿐 굳이 정성을 들여서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이유를 알고 이해하더라도 엄마의 마음은 불안합니다. 어느 정도 알아볼 수는 있어야 하는데, 마냥 놔두면 알아볼 수조차 없는 글씨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엉망인 글씨가 1년 내내 지속하면 결국 습관으로 굳어져 나중에 고치기 어려운 경우가 생깁니다. 이 때문에 본격적으로 글씨를 쓰기 시작하는 1학년 때의 글씨 연습은 중요합니다.

손가락 힘을 길러준다

아들이 글씨를 잘 쓰려면 일단 손가락에 힘이 붙어야 합니다. 손가락 근육을 단련해 연필을 잡고 글씨를 또박또박 쓸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지요. 손가락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블록놀이, 종이접기 등을 하면 좋습니다. 블록놀이는 대체로 남자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이므로 알아서 잘하지만, 종이접기는 싫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들이 종이접기를 하게 하려면 자동차나 공룡 등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접을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됩니다.

글씨 연습의 기본 3요소

글씨를 쓸 때는 연필 잡는 방법을 잘 알아야 합니다. 엄지와 검지와 중지로 연필을 바르게 잡는 방법부터 연습해야 하지요. 사실 아무리 잘 가르쳐도 한 번에 잘되지는 않습니다. 여러 번 계속 가르치고 꾸준히 연습해서 습관이 돼야 하거든요. 수업 시간에도 연필 잡는 법을 지속적으로 배웁니다. 하지만 충분히 체득할 시간이 부족하지요. 글씨 쓰기 외에도 글자를 배우고 수학이나 통합 교과 등도 공부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글씨 연습은 가정에서 추가로 지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글씨를 쓸 때는 일단 연필을 바르게 잡는 방법부터 신경 써야 합니다. 이때 가장 좋은 도구가 삼각 연필입니다. 육각 연필이나 둥근 연필보다 손가락 위치를 잡는 데 효율적이거든요. 또 칸 하나를 점선으로 4등분한 공책이 있는데, 그 공책을 쓰면 글씨의 위치를 잡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글씨 연습은 어떻게 할까

학기 초에는 숙제 등 아들이 해야 할 일을 살펴본 다음, 융통성 있게 글씨 연습을 시키는 편이 좋습니다. 매일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해도 되고요. 그러다가 어느 정도 글씨를 쓰게 되면 알림장 글씨체를 관찰해서 글씨 연습을 시킬지 고려해보세요. 알림장의 글씨가 너무 삐뚤빼뚤하다면 엄마가 공책의 맨 위 칸에 단어를 써주고 또박또박 따라 쓸 수 있도록 하면 됩니다. 만약 글씨 연습을 더 재미있게 해보고 싶다면 아들이 좋아하는 단어를 쓰도록 하면 되고요. 아들이 관심 있어 하는 단어가 로봇이나 공룡 등이라면 그런 단어를 공책에 써주는 것이지요. 아들도 자신이 선택한 단어라면 조금 더 흥미롭게 글씨를 쓸 수 있습니다. 알림장의 글씨가 바르고 예쁘다면 굳이 글씨 연습을 시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럴 때는 칭찬을 덧붙이면 아들의 자존감이 향상됩니다. "우아, 알림장을 보니 우리 민우 글씨가 정말 멋지구나. 이렇게 글씨를 잘 쓰려고 얼마나 많이 노력했을까? 정말 멋지다!" 부모가 작은 것 하나에도 반응하고 격려해준다면 아들은 글씨를 쓸 때 조금 더 신경을 기울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