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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프로야구 개막 D-1] ②'공인구'의 여행

2019/03/21 15:55:59

내 고향은 인도양의 섬나라 스리랑카야. 내가 지금의 모양을 갖추게 된 날이 어렴풋이 기억나. 동그란 고무에 싸인 코르크 심을 기계가 양털실과 면사로 빠르게 감았어. 그 위에 재단해 놓은 소가죽을 덮었지. 자랑을 하자면, 소가죽도 양털실도 모두 최고급 소재를 썼단다. 내가 이 과정을 거쳐 기계에서 나오니, 손에 굳은살이 잔뜩 박인 숙련공이 기다리고 있었어. 가죽을 빨간 실로 한 땀 한 땀 꼼꼼히 꿰매서 이어붙였지. 어찌나 빠르던지, 108땀을 뜨는 데 15분밖에 걸리지 않았어.

이 과정에서 헤어진 친구도 있어. 타원형인 친구, 가죽에 흠이 난 친구, 땀 간격이 일정하지 않은 친구는 따로 분류됐어. 프로 경기에는 쓰일 수 없으니, 사회인 야구 리그로 가게 된다나.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공인구의 생명은 완성도와 규격이거든.

온도·습도까지 맞춤 보관하는 '특급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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