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13 15:16:56
"눈으로 위축된 마음, 음악으로 풀었어요"
"피아노를 칠 때 정확히 시야에 들어오는 건 한 옥타브 정도예요. 시야가 좁으니 악보와 건반을 동시에 보기가 어려워요. 처음 피아노를 배울 때 악보와 건반을 번갈아 보느라 고개를 너무 많이 움직인다고 지적을 받았어요. 악보 보다가 손가락이 꼬이기도 하고요."
두민 군은 눈 대신 손끝을 믿기로 했다. 보지 않고도 건반 위치를 파악하고 촉각을 더 민감하게 하기 위해 건반 위에 천을 덮고 연습했다. 감각을 익히고 나서는 악보를 몽땅 외워서 쳤다. "악보를 외우면 건반만 보고 칠 수도 있고 눈을 감고 칠 수도 있어요."
평생 피아노를 치겠다고 마음먹은 건 초등학교 1학년 때다. 배운 지 한 달 만에 "그냥 음악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고 한다. 부모님께 대뜸 피아노를 전공하겠다고 했다. 엄마는 단호히 반대했다. 공부를 곧잘 하는 두민 군이 계속 공부를 하길 바랐다. 레슨비 등 경제적인 부분도 걱정됐다고 한다.
"제가 피아노를 포기하게 하려고 큰 공연에 절 데리고 가서 '피아노를 전공하면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연주해야 해. 할 수 있겠어?' 물어보셨죠. 공연이 너무 멋져서 오히려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은 마음이 확고해졌어요." 두민 군이 마음을 꺾지 않자 음악대학 교수에게도 데려갔다. 엄마와 미리 입을 맞추고 두민 군을 말리려던 교수들은 두민 군의 연주를 듣자마자 "이런 재능을 가진 아이는 음악 공부를 시켜야 한다"며 되레 엄마를 설득했다.
두민 군은 음악은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친구"라고 말했다. "어릴 땐 '원래 모든 사람이 한쪽 눈으로만 본다'는 엄마 말을 믿었어요. 알고 보니 저만 그런 거더라고요. 이후로 눈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고 괜히 위축되고는 했어요. 상담을 받아도 스트레스가 제어가 안 됐는데, 음악을 하니까 마음이 스르르 풀렸어요."